주유소에서 기름만 넣던 시대는 지나갔다.

주유업계에 편의점 할인점등 소매점을 주유소와 접목하는 신유통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과도한 경쟁과 높은 자릿값으로 주유소의 이익이 예전만 못해지면서
주유업체들이 새로운 탈출구로 소매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오웰유업이 운영하는 대방동 LG주유소.

이 주유소를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오웰마트"란 간판이 보인다.

차에 탄채로 오웰마트안에 들어서면 양옆으로 라면 맥주 음료 화장지등
130가지의 생필품이 박스채 진열돼 있다.

가격은 신라면이 257원, 하이트 캔맥주가 1,050원으로 시중 슈퍼마켓
보다도 10~20% 이상 싸다.

고객들은 가격을 보고 원하는 상품을 골라 차에 싣고 출구에서 계산한다.

매장규모는 10평 정도.

별도의 땅값을 들이지 않고 주유소 빈 땅에 마련했다.

필요한 상주근무인원은 계산원 한 명 뿐이다.

남는 장사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오웰유업의 자회사 오웰유통이 운영하는 주유소할인점 오웰마트는
서울과 인천지역에 3곳.

하루 매출은 적은 곳이 60만원, 많으면 100만원정도다.

오웰마트의 이같은 수익외에 고객유인효과도 만만찮다.

"지난 5월 오웰마트가 처음 들어선 후 전체 주유고객수가 5~10% 이상
늘었다"는 것이 이 회사 이태영과장의 설명이다.

오웰유통은 이 3개 점포의 운영만으로도 한두달내에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오웰유통의 꿈은 손익분기점 돌파가 아니다.

이 회사는 이같은 5~15평 규모의 할인점 오웰마트를 올해안에 30개로
늘릴 계획이다.

우선은 모회사인 주유소운영업체 오웰유업이 소유한 70개 주유소가
그 대상이지만 다른 주유소로의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오웰마트만이 이같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91년 편의점 "ampm"으로 소매업의 주유소진출을 시도했던
삼양석유를 꼽을 수 있다.

당시 편의점과 주유소의 접목이라는 새로운 사업형태로 주목을
끌었지만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고전했던 이 회사는 지금 편의점을
주유소에서 완전히 철수한후 다른 형태의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그간의 사업경험으로 국내 주유소에는 편의점이 맞지 않다는 판단아래
식품보다 생필품을 위주로 한 미니할인점 "BS마트"를 열 계획이다.

이 회사의 서용환전무는 "BS마트는 화장지 세제 기초의류 등을
할인점가격으로 파는 생필품전문할인점"이라고 설명한 뒤 "오는 추석을
전후로 1호점을 출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양석유는 현재 200개의 유공주유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BS마트는
장차 자사 점포뿐 아니라 4,500개 전 유공주유소를 대상으로 점포를
확장할 계획이다.

한화에너지프라자를 운영하는 동일석유는 부천 부원주유소에 농협식품
전문점을 이달말 세울 예정이다.

반응이 좋으면 여타 주유소로 점포를 확대한다는 기본 방침도 세워놓고
있다.

이같은 중소 주유소운영업체들의 활발한 움직임에 가세해 LG정유
쌍용정유 현대정유등 정유회사들도 직접 소매사업에 뛰어들 전망이다.

LG정유는 내달 서울 중구 초동주유소에 1호점을 개점, 직접 편의점사업에
진출한다.

현대와 쌍용또한 주유소와 접목 가능한 여러 형태의 소매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유소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다 업주들이 이익창출을 위해
신소매업태를 적극 활용하면서 주유소가 새로운 유통의 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 권수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