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제일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우리나라 제지산업은 그동안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높은 성장세를
유지한 결과 세계 10위의 생산국으로 발돋움하였으며 수출도 90년대에
들어와 크게 증가하고 있다.

89~95년 기간동안 생산은 4백2만t에서 6백88만t으로 연평균 10%대의
증가율을 기록하였고 수출 또한 동기간 40만t에서 99만t으로 연평균
16%대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90년대 들어와서도 성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극히 낮은
원료자급도를 보여주고 있어 산업기반이 매우 허약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보다 고임국이면서도 제지산업 분야에서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보다 생산량은 9배, 수출량은 8배정도 높아 제지산업
부문에서 한국의 열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은 80년대 초반부터 제지와 펄프생산공정을 일관화하는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저코스트, 양질의 제지생산이 가능해졌다.

이후 미국은 유럽과 한국 대만 등의 종이 소비국시장을 겨냥한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0년사이 8%에서 11%로 증가했다.

한국도 90년대에 들어와 백판지 판지 골판지 등의 포장재 수출증가가
가속화되면서 작년도 세계시장 점유율은 1.3%를 기록하였다.

이는 10년전 0.3% 점유와 비교하면 1%포인트가 증가한 것이다.

미국의 경쟁력 원천을 살펴보면 첫째 1백%를 능가하는 원료펄프
자급능력이다.

반면 한국은 자원빈국이면서도 해외투자 실적은 미미해 전체의 80%를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지산업에서 차지하는 원료펄프의 중요도를 감안할 때 한국의 경쟁력
약화요인중 첫번째가 빈약한 원료펄프 자급도에서 기인한다.

둘째 미국은 고임국이면서도 한국보다 30%정도 낮은 국제가로 제지생산이
가능하다.

미국은 한 기업이 삼림목재에서 최종 지제품 생산 판매까지를 수직계열화
함으로써 불필요한 운송비.생산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는 플래트형
종합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원료펄프 종이 판지 지제품 등 생산단계별로 제조회사가
다른 피라미드형 생산관리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그만큼 불필요한
운송비 판매관리비 등에 코스트 지불여지가 높고 생산성도 낮다.

셋째 설비투자력의 우위이다.

미국은 최근 3년간 총 85억달러 규모, 연간 25%대의 활발한 설비투자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투자내역도 원료펄프 분야와 환경분야에 집중됨으로써 미래지향적
투자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한국은 최근 3년간 20억달러의 투자실적을 기록하며 투자실적
면에서 미국의 4분의1정도로 열세이다.

넷째 우수한 품질수준이다.

한미간 품질지수를 비교하면 미국 100일 때 한국은 80정도로 열세이다.

한국은 가격및 품질 면에서 미국보다 현저한 경쟁력 열위를 보이고
있다.

종합적으로 한미 제지산업 비교분석을 통해 한국은 1원료펄프 자급도
향상을 위한 해외삼림 자원국으로의 투자및 펄프생산의 국내외 확대
2일관생산시스템 구축을 위한 전용공단 설립 3환경개선 분야의 투자증대가
향후 경쟁력강화차원에서 시급히 추진되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