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업체들은 그동안의 내수산업에서 탈피, 수출산업화를 가속화하면서
오는 21세기엔 아시아시장제패의 목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 대대적인 설비투자와 해외시장개척 기술개발에 나설 계획을
갖고 있으며 정부는 군장공단에 제지전용공단을 조성하고 고급인력양성을
위한 제지특수대학원설립을 검토하는등 다각적인 지원책 마련에 들어가기로
했다.

박재윤통산부장관 주재로 19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신산업발전민관협력
회의에서 업계및 정부대표들은 이같이 밝혔다.

업계는 제지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종이가 정보와 문화를 담는 그릇이고
무한한 성장가능성이 있는 산업인 만큼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제지산업이 과거의 공해산업에서 변신, 환경보전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만큼 정부및 일반인들의 인식전환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 대량의 폐지를 원료로 리싸이클하고 있는 만큼 영세한 고지수집업체에
대한 지원과 폐지보관장소제공등 적극적인 지원책마련을 호소했다.

학계및 연구소대표들은 원료인 펄프자급기반마련이 시급하며 특수지등
국내기업이 우위를 점할수 있는 분야의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내용을 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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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윤통산부장관 = 제지산업은 가까운 장래에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한지라는 우수한 종이생산기술을 보유해왔고 최근의
제지업체들의 기술개발노력을 보면 잠재력이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먼저 해외시장에서의 한국산 종이의 경쟁력부터 살펴봅시다.

<>오정환계성사장 = 미국 일본 유럽등 선진국은 자국의 종이소비가
포화상태에 달해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에따라 중국 동남아등지의 시장에서 한국제품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요.

우리회사는 인쇄용지를 만드는데 이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품질은 거의
일본수준에 도달하고 있고 대만보다 우수합니다.

가격면에선 이들 국가제품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인도네시아가 펼프및 종이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어 이나라와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장헌수에크만사장 = 제지는 그동안 내수시장 중심으로 성장해왔습니다.

품질경쟁력이 떨어져도 아시아의 수준이 낙후돼있다보니 그런대로
수출할수 있었지요.

이같은 태도는 앞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특히 중소제지업체의 수출자세는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일부업체들은 국내도매상에게 파는 태도로 수출을 하고 있지요.

예컨대 국내시황이 좋으면 오더를 무시하거나 가격을 올려달라는
겁니다.

클레임이 제기돼도 싫으면 그만 두라는 식입니다.

이런 식으론 2~3년내 위기를 맞을 겁니다.

<>김상열통산부무역정책실과장 = 종이는 국제수지면에서 지난해
2억4천7백만달러의 출초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업체들의 공급능력확충과 적극적인 판로개척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수출확대가 초과생산량을 밀어내기 위한 면도 있었지요.

선진국제품과의 가격차이는 t당 20~30달러로 축소됐고 인장강도
백색강도등 품질경쟁력은 10~20% 떨어지는게 사실입니다.

주문이행 딜리버리등 서비스면을 보면 대기업은 우수한 수준이나
중소기업은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박장관 = 경쟁력과 기술수준이 선진국보다 떨어지는 원인은 무엇이고
이를 높이려면 어떤 방안이 있겠습니까.

<>이학래서울대교수 = 그동안 제지업체들은 내수시장에 안주해 세계
10대 생산국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외산종이에 대한 고율의 수입관세등 정부의 보호도 있었고
현실에 안주하는 사고방식도 자리잡았지요.

이제는 수출의존도가 커지고 있는 만큼 능동적인 자세로 대처해야 합니다.

우선 국내제지산업의 문제점은 원료부족 해외의존적 생산설비 기술개발
부족을 들수 있어요.

경쟁력을 높이려면 우선 원료확보를 위한 화학펄프공장의 확충이
긴요합니다.

이와 더불어 목재자원 칩보드등 기초원자재확보방안도 마련해야 합니다.

한번 사용된 종이는 재활용돼 원료로 다시 쓰인다는 생각으로 재활용을
원활하게 할수 있는 초지기술과 인쇄기술을 개발이 시급합니다.

인력은 경쟁력제고에 대단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대기업은 우수인력확보에 성공하고 있으나 중소기업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좋은 인재를 유치할수 있는 전략마련이 긴요합니다.

아울러 무방류시스템 슬러지처리기술등 업계 공통의 기반기술개발에
공동으로 나서야 합니다.

특히 환경관련기술은 경쟁력향상에 매우 중요합니다.

<>박장관 = 업체로서는 고부가가치의 특수지개발에 힘써야 하는것
아닙니까.

<>이학래교수 = 문제는 특수지의 국내시장이 좁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특수지는 세계시장을 내다보고 개발해야 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종이를 개발하려면 역시 인력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서영범충남대교수 = 저는 몇년동안 인터내셔널페이퍼의 연구소에
근무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회사의 연구인력은 1천5백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제지산업의 연구인력
보다 많을 겁니다.

연구의 촛점은 절대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환경친화적 기술개발이 주요 테마지요.

기술은 크게 3단계로 나뉩니다.

복제.추종기술단계, 원가절감및 생산성향상이라는 기술개선단계, 그리고
신상품 신공정단계이지요.

우리나라는 이제 2단계수준입니다.

이는 산업화가 늦었고 기초기술이 부족한데 따른 것이지요.

미국엔 제지업체들이 공동으로 출연한 IPST라는 대학원중심의 교육기관이
있어 고급기술인력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도입해볼만 합니다.

미국과 캐나다는 1백50년의 제지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가 단시간내에 따라잡을순 없지요.

업체들은 당장 필요한 기술,5년내 필요한 기술등의 목록을 작성해 일부
기술만이라도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합니다.

<>박장관 = 국내기업들이 복제기술에 연연해선 안되겠지요.

남이 착안하지 못한 신기술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보는데.

<>오세균화학연구소펄프제지연구실장 = 저는 제지기술연구를 위해
10년전에 화학연구소에 별도의 펄프제지연구실을 만들었습니다.

한국의 제지기술은 일본에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넘겨주는 기술이라는 것이 성숙기에서 쇠퇴기로 넘어가는 단계의
2류기술입니다.

이런 기술만 받아선 경쟁력향상에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적 기술개발에 나서야 합니다.

특히 공통애로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가 없는데 이를 전담할 기관이
필요합니다.

종이제품은 전자부품용 의류용 농업용 원예용등 새로운 용도가 많이
개발되고 있지요.

이같은 특수지분야의 개발이 긴요합니다.

<>박영기통산부기술품질국장 = 우리나라 제지업체는 1백13개가 있지만
자체 연구소를 가진 기업은 9개에 불과합니다.

제지기술은 공정기술 화학기술 환경친화기술 설비기술등 4가지로
대별할수 있습니다.

이중 공정기술은 선진국의 75% 화학은 55% 환경은 60% 설비는 40%이하에
머물고 있지요.

이는 전문기술개발인력의 부족과 내수위주의 산업발전 선진국의
기술독점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제지산업이 발전하려면 정밀화학 환경 기계 인쇄공업이 고루 발전해야
하는데 아직 미흡합니다.

대책으론 공정기술및 관련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저평량 신문용지
방독용 필터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개발에도 힘써야 합니다.

설비국산화를 위해선 94년부터 제지설비 공동개발 7개 프로젝트를
추진중입니다.

<>구형우한솔제지사장 = 제지업계에서 30년동안 종사해왔습니다만
제지업계발전을 논의하는 이런 자리는 처음 마련됐습니다.

21세기 한국의 제지산업은 한마디로 매우 유망합니다.

오는 2000년까지 경쟁력을 갖추고 21세기엔 해외진출에 전념해 아시아를
제패할수 있는 산업으로 키울 작정입니다.

문제는 제지산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산업이 빌전하려면 토양이 중요합니다.

철강이 산업의 쌀이고 반도체가 정보산업의 쌀이라면 종이는 문화의
쌀입니다.

공해업종이니 환경파괴산업이니 하는 인식에서 벗어나 정보와 문화를
담는 중요한 산업이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한솔은 2001년까지 국내생산 2백50만t 해외생산 2백50만t등 연간
5백만t 체제를 갖출 계획입니다.

남들은 공격적이라고 평합니다만 제지산업은 장치산업인 만큼 대형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박장관 = 신문사들은 외산보다 국산신문용지를 선호한다는데 그
까닭은 무엇인지요.

<>구형우사장 = 신문용지의 가장 중요한 물성은 윤전과정에서 끊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미국제품이 우수하다고 해도 1천롤을 인쇄하면 30번정도 끊어지지만
한솔제품은 3~5회밖에 절단되지 않습니다.

이는 그만큼 제품생산에 정성을 기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고재영환경부수질정책과장 = 국내 제지업체가 고지를 많이 활용해
환경보호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국산고지 사용업체에겐 금융 세제혜택을 부여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종석한창제지회장 = 제지산업이 발전하려면 원자재인 고지수집이
원활히 이뤄져야 합니다.

고지수집업자는 매우 영세해 정부가 고지를 적치할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줬으면 합니다.

고지의 원활한 조달은 국내환경보호에도 큰 기여를 할 것입니다.

<>이종대제지연합회장 = 50년대 초반 2만8천t수준이던 국내종이생산량이
99년엔 1천만t 시대를 맞습니다.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수 있지요.

종이산업이 경쟁력을 갖출수 있으려면 학계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산학협동을 통한 기술개발만이 제지기술발전에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유한킴벌리는 지난 74년이후 12기의 제지플랜트를
해외로 수출했습니다.

국내의 설비제조기술이 낙후됐다고 하지만 반드시 그런것만도 아닙니다.

설비기술은 어느 한기업이 개발하기보다는 업계 공동의 과제로 추진하는게
바람직합니다.

<>박장관 = 제지산업이 내수산업에서 벗어나 수출산업의 도약하겠다는
의욕을 확인할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폐지수집체계를 강화하고 해외산림확보를
지원하겠습니다.

또 생산체제 일관화를 위해 군장공단에 제지전용공단을 추진하겠으며
인력양성을 위해 종합연구소및 특수대학원설립을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제지산업의 도약을 위해 기업인과 정부 학계가 모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봅니다.

<정리=김낙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