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 많은 나라들이 있지만 적도가 지나가는 나라는 10개국 밖에 없다.

그중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에서만 적도가 지나간다.

또 인도네시아의 수많은 섬들 중에서도 5개의 섬에만 적도가 통과하며
그 중 하나가 수마트라 섬이다.

수마트라 섬의 거의 중앙을 지나가는 적도 아래에 부키팅기가 놓여 있다.

<>.적도하면 무척 무더울 것으로 생각되지만 부키팅기는 그렇게 덥지가
않다.

정상 고도가 2,890m나 되는 메라피(Merapi)화산의 산 자락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이런 서늘한 기후 때문에 일찍부터 주변 지역 경제.문화중심지가 되었고
화산에 의해 생긴 호수나 계곡 등 수려한 경관들도 많기 때문에 외국
여행객들이 수마트라 섬에서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중 한군데이다.

부키팅기가 위치한 수마트라 섬 중부 지역은 행정상으로는 서 수마트라
(West Sumatra)이지만 미낭카바우(Minangkabau)족들이 살기 때문에 보통
미낭카바우 지역으로 불린다.

미낭카바우의 뜻은 승리한 소이다.

옛날에 자바 소와 수마트라 소가 싸웠는데 수마트라소가 이겼기 때문에
그런 명칭이 생겼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인지 부키팅기의 교외에서는 아직도 소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벌판에서 두 마리의 소가 겨루기를 시작하면 구경꾼들은 돈을 걸고
안전장치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소 주변에서 싸움을 구경한다.

진 소가 돌아서서 도망이라도 가는 날이면 구경판은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그 재미에 구경을 하는지도 모른다.

미낭카바우 지역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경관 상의 특징은 집의 지붕이다.

소의 뿔 모양으로 생긴 지붕은 뿔의 수가 그 집안의 부를 상징한다.

미낭카바우 족은 모계 사회로 유명하다.

그래서 쌀 농사에 의존하는 이들은 집이나 땅은 어머니에게서 딸로
상속된다.

어머니가 사는 본채 주변에 결혼한 딸들이 새로운 집을 짓고 사는것이
일반적이다.

당연히 본채는 이들의 주 생활 무대가 되므로 상당히 큰 규모를 이루게
되는데 현존하는 본채 중 가장 큰 곳은 길이가 무려 64m나 된다.

<>.부키팅기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본졸(Bonjol)이란 마을에 적도가
지나간다.

그냥 자그마한 기념탑이 있고 남반구와 북반구를 가르는 줄이 하나
길복판에 그어져 있을 뿐이지만 적도에 서있다는 것만으로 묘한 흥분이
느껴진다.

부키팅기의 서쪽 38km 지점에는 아름다운 화산호인 다나우 마닌자우
(Danau Maninjau)가 있다.

길이 17km, 폭 8km나 되는 호수 주변을 뺑 둘러가며 조성되어 있는
논들이 아주 이색적이다.

야자수와 어우러진 논은 아무튼 우리 눈에는 이상하다.

더불어 부키팅기에서 고개를 넘어 화산호의 절벽을 지그재그로 내려가는
44개의 커브길도 상당히 흥미롭다.

부키팅기의 시장에 가면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가 있다.

특이한 음식으로는 우리나라 빈대떡 비슷한 마르타박이라는 것이 있다.

특히 비오는 날 포장마차에서 마르타박을 먹노라면 한국 생각이 저절로
난다.

미낭카바우 음식 중에서 또 유명한 것은 파당 음식이다.

상당히 매운 파당은 우리 입맛에 맞는다.

사먹는 방식이 특이한데, 여러개의 접시 중에서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밥을 퍼 놓은 접시 위에 올려 놓으면 주인이 알아서 계산을 해준다.

강문근 < 여행가 >

[[[ 여행정보 ]]]

가장 쉽게 부키팅기에 가는 법은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서
셈파티나 펠랑기 항공편을 이용하여 파당(Padang)으로 간다.

거기서 부키팅기는 북쪽으로 90km 떨어져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우선 배를 타고 인도네시아의 바탐 섬에 간다
(1시간15분 소요).

거기서 메르파티 항공을 이용하여 역시 파당으로 갈 수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바탐섬에서 수마트라섬으로 고속보트를
이용한다.

시간은 훨씬 오래 걸리지만 보트가 열대우림이 우거진 적도아래의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볼 수 있는 주변경치가 볼만하기 때문이다.

보트의 종점인 수마트라 섬의 탄중부톤(Tanjung Buton)까지는 6시간이
걸리고 거기서 부키팅기로 갈 수 있는 버스를 갈아타는 페칸바루
(Pekanbaru)까지는 다시 3시간이 걸린다.

페칸바루에서 부키팅기까지는 5시간이 소요된다.

부키팅기에서 수마트라 북부의 토바 호수까지는 버스로 13시간이 소요된다.

숙소는 최고급 호텔에서 배낭족 숙소까지 다양하며 최근에는 KFC가 생길
정도로 빨리 변모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바탐 부키팅기 토바호 메단 페낭을 거쳐 다시 싱가포르로
돌아오는 코스라면 이용 교통편에 따라 7~15일 내외의 일정이 소요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