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가 대대적인 판매체제 정비에 나섰다.

단일차종만을 판매하는 전문매장을 세우는가 하면 기존매장의 1백배가
넘는 대규모 전시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판매망도 단일채널을 탈피해 다원화하고 있다.

수입차시장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급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데다
삼성 쌍용의 승용차시장 신규진출 준비작업이 결코 만만해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두드러진 움직임은 판매망의 전문화.

"백화점식 판매방식"의 포기하고 단일차종만을 취급하는 판매전시장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아자동차의 스포츠카 엘란의 전문매장.

기아는 엘란 전문매장을 전국 10곳에 곧 개설한다.

"3천만원에 가까운 고가 차량, 그것도 스포츠카라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차를 다른 승용차와 함께 판매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박정림 기아자동차
판매계획담당이사)라는 게 그 이유다.

뿐만 아니다.

기아는 오는11월께 대형승용차 포텐샤 후속모델로 첫선을 보일 "T-3카"의
독립전시장도 계획하고있다.

현대도 새로 내놓은 최고급 대형승용차 다이너스티만을 판매하는
전문전시장을 만들기로 하고 준비작업중이다.

이들 매장은 엄청나게 화려하게 꾸며진다.

일반 매장을 꾸미는데 10억원정도가 든다면 전문매장은 30억~4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두번째는 매장의 대형화.

현대자동차는 올초 조직개편에서 "오토플라자팀"이라는 것을 새로
만들었다.

말 그대로 "자동차광장"을 만들기 위한 부서다.

현대가 계획하고 있는 자동차광장 크기는 3천평이상.

평균 30평정도인 도심 영업소의 1백배 규모다.

일산 분당 등 신도시를 중심으로 세워질 오토플라자는 선진국형으로
바뀌고 있는 소비자욕구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다.

대체수요가 많아지면서 "자동차를 사는 것도 레저"라는 개념이 확산되고
있는데 따른 현상이다.

"따라서 매장도 단순히 자동차 판매만이 목적이 아닌 고객이 방문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야 한다"(김만유 현대자동차 승용마케팅실장)는
것이다.

대형 부품 및 용품매장도 들어서고 어린이를 위한 자동차놀이방
커피숍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마련된다.

간단한 시승장소도 확보하게 된다.

대우도 전국 주요도시에 이같은 전시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약간 개념이 다르다.

삼성 특유의 "복합화"라는 개념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도심의 주요 길목에 대형 전시장을 두되 자동차뿐만 아니라 가전(삼성전자)
의류(제일모직 에스에스패션) 보험(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원스톱쇼핑"이
가능한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생각이다.

세번째는 판매채널의 다양화다.

"직접적인 판매관리비 부담을 줄이고 적극적인 판매를 위해서는
채널간의 적절한 경쟁도 필요하다"(유영걸 기아자동차서비스사장)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기아자동차다.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아시아자동차 영업소에 프라이드 아벨라등
소형승용차를 팔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앞서 관계사인 (주)기산에 영남판매권 일부를, 기아자동차서비스에는
호남판매권 일부를 내줬다.

올초에는 대전.충청지방의 판매를 분리해 기아대전판매(주)를 설립했다.

이같은 자동차업계의 판매망 정비는 궁극적으로 제조와 유통의 완전
분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소비자중심으로 바뀌고있는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고 밀려드는 수입차와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업계가 새로운 마케팅전략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정종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