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나라살림의 규모를 결정하는 예산편성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재정경제원은 8일 각 부처가 제출한 예산요구액을 중심으로 부처
담당자들과 예산편성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으며 앞으로 약 3개월간의
조정과정을 거치게된다.

내년도 예산안은 재경원과 각 부처의 협의결과를 토대로 오는 8월
하순 당정협의와 9월 국무회의를 거쳐 정부안으로 정기국회에 제출되며
국회에서 다시 조정을 거쳐 통과되면 최종 예산안으로 확정된다.

<>.내년도 각 부처가 예산으로 요구한 신규사업중 눈길을 끄는
것은 총사업비 1조7천5백10억원이 들어가는 기간국도 6차건설사업.내년에는
우선 1천7백72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마석-답내 삼척-근덕
연풍-수안보 장호원-양성 공덕-전주 강주-장흥 상주-낙동등 17개
지역의 간선도로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또 군산-함양등 7개지역에 고속도로 추가 건설에 8백50억원,김해공항
2단계 확장사업에 3백18억원,무안에 호남권 신공항 건설에 62억원의
예산이 각각 요구됐다.

정보통신부는 또 정보통신산업 기반조성을 위해 1천4백30억원의
예산을 요구했고 중소기업청은 부도어음을 소지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중소기업 어음보험기금으로 1천억원의 예산을 신청했다.

<>.48개 부처의 내년도 예산요구액 증가율은 38.8%로 44.6%를 나타냈던
지난해보다는 다소 증가율이 낮아졌다.

또 일반회계 예산요구액 증가율도 27.8%로 30.6%였던 올해보다 역시
낮아졌다.

재경원은 예산담당자들이 각 부처를 찾아다니며 중복예산을 정리하는등
열심히 발로 뛴데다 각 부처도 이제 무리한 예산요구를 자제하는
분위기 덕분이라며 비교적 흡족해 하는 모습.

<>.그러나 김정국 예산실장은 앞으로 경기가 부진할 것으로 보여 세수확보
가 불투명한데다 내년에는 대통령선거가 실시되고 98년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있어 내년도 예산편성은 어느때보다 어려운 작업이 될 것으로 예상.

각종 선거와 관련,예산을 "표"와 연결지으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클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조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각 자치단체장들은 지역사업을 위한 예산 확보를 위해 혈안이
되어있어 역시 예산조정의 또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

재경원의 내년 예산편성은 무엇보다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중점을 두고
교육 농어업 복지부문에도 계획대로 예산을 집행하겠다는 입장.

대신 인건비 방위비등 각종 경직성 경비 증가는 최대한 억제할 방침이다.

<>.해양부로 승격될 해운항만청이 올해 예산의 3배에 가까운 1조5천2백10억
원의 예산을 요구해 눈길.또 올해 출범한 중소기업청도 올해예산(6백88억원
)의 두배에 가까운 1천9백92억원의 예산을 요구했고 환경부도 예산요구액
증가율이 1백69.5%에 달했다.

반면 대통령경호실(5.5%)감사원(14.2%)은 예산요구액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았으며 예산편성 담당부처인 재정경제원은 올해보다 오히려 12.6%가
줄어든 1천4백20억원을 요구했다.

이는 소비자보호원 건물이 올해 이미 완공돼 이에따른 예산소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게 재경원의 설명.

<김선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