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은 18일 야3당대표중 첫번째로 국민회의 김대중총재와 청와대
본관 2층 백악홀에서 칼국수를 메뉴로 오찬을 함께하며 5년만의 단독회담을
시작.

회담에 앞서 김총재는 이날 오전11시58분 정동채비서실장과 함께 승용차편
으로 본관 현관에 도착, 기다리고 있던 이원종정무수석의 영접을 받고
악수를 나눈뒤 오찬장으로 직행.

김대통령이 오찬장으로 들어오면서 김총재에게 "오랜만이오"라며 반갑게
악수를 청했고 김총재도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

김대통령은 악수를 나눌때 김총재의 오른쪽 팔을 다독거려 눈길.

두사람은 곧바로 원탁테이블에 앉아 본격회담에 들어가기전 날씨와 한미
정상회담을 화제로 잠시 담소.

다음은 김총재가 전한 대화요지.

[[[ 4자회담 ]]]

<>김대통령=4자회담은 미국이 동의했고 중국에도 20일전쯤 사전에 통보,
협력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

일본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지난13일 연락했고 북한에는 14일 의사를 전달
했다.

북한측은 손성필얘기가 있지만 아직 공식 반응이 없다.

북한측에게는 오판할 경우 중대한 각오를 해야할 것이며 미국 클린턴
대통령도 같은 입장임을 전달했다.

4자회담은 장관 또는 차관급으로 할 생각이다.

(김총재는 "김대통령과 북한의 내부상황등 안보문제는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했다"며 "김대통령은 "북한의 내부상황이 극도로 나쁘며 후유증이
걱정된다"면서 "오늘 만나자고 한이유는 북한방송등에서 2백20여회나
자신을 제거하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등 북한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 내각제개헌 ]]]

<>김대통령=내각제는 망국의 근원이므로 절대로 안하겠다.

내각제개헌도 있을수 없다.

나도 절대로 다시 안한다.

내말을 99% 믿어 달라.

김총재도 잘 되길 바란다.

[[[ 대통령의 당적문제 ]]]

<>김총재=거당적인 협력체제를 위해서는 대통령의 당적이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김대통령=지난92년 대선때 당시 대통령이던 노태우씨가 당적을 포기해
큰 충격을 받았다.

나는 끝까지 당적을 유지하겠다.

[[[ 부정선거문제 ]]]

<>김총재=이번선거는 작년 지방자치선거와는 달리 금권.관권이 개입한
부정선거로 큰 절망을 느꼈다.

<>김대통령=선거부정은 없을줄 알았다.

국고보조도 했는데 말이 되느냐.

검찰이 철저하게 처리할 것이다.

<>김총재=또 공정해야 한다.

<>김대통령=걱정하지 말라.

여야를 구분하지 않겠다.

상당수가 의원직을 잃을 것이다.

[[[ 대선비자금 문제 ]]]

<>김대통령=당시는 노태우씨가 돈을 줄 상황이 아니었다.

3당통합후 노태우씨 태도보고 후회했다.

87년 당시의 교훈을 보고 군정종식을 위해 통합했었는데 노씨가 약속과는
달리 배신했다.

92년 대선당시 후보가 된후 노씨가 탈당한다는 신문보도를 보고 따졌더니
노씨는 "중립을 지키면서 초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 줄줄이 탈당할 것이고 결국 낙선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는데도
응하지 않아 돌아섰고 그후엔 안만났다.

(김총재는 김대통령이 이대목을 길게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런다음엔 대통령 취임때 처음 만났다.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노씨가) 돈을 줄 상황이 못됐다"

<>김총재=그렇다면 노씨가 "사실을 밝히면 나라가 시끄러진다"고 말하고
노씨 아들도 "쓸만큼 줬다"고 했는데 내문제도 밝혀 그런 일이 없다고 해야
하는것 아닌가.

<>김대통령=(노씨를 두고) 그사람 참 이상한 사람이다.

노씨는 매월 당비로 10억원씩 내가 아닌 총장에게 줬는데 탈당후엔 그것도
없었다.

전두환.노태우씨는 법대로 엄정하게 처리하겠다.

당초 광주문제는 역사에 맡기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노씨의 부정을 유엔총회때 알고 당시 이홍구 총리에게 "체포하라"고
했고 귀국해서 구속시켰다.

노씨부정의 근원이 5.17, 5.18이어서 놔둘수 없어 구속하도록 지시했다.

(김총재는 전.노씨처리에 대한 김대통령의 입장이 단호했다고 전했다)

[[[ 여소야대 ]]]

<>김총재=이번 총선결과 13대이후 세번연속 여소야대가 됐는데 인위적으로
바꿔서는 안된다.

<>김대통령=무소속당선자들이 반드시 야당만은 아니다.

여당의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도 많다.

의원들은 자기가 알아서 하는 것이다.

이미 상당수가 입당한 것으로 안다.

(청와대에서는 "입당한것"이란 표현을 "입당의사를 밝혀 왔다"로 수정)

[[[ 세대교체및 지역대립 ]]]

<>김총재=선거에 의한 세대교체는 좋은 것이지만 인위적으로 하려는 것은
잘못이다.

이번선거에서 나타났듯이 인위적인 세대교체를 주장한 당이나 개인은
실패했다.

<>김대통령=이번선거에서 세대교체는 잘되었다.

<>김총재=지역대립문제는 하루빨리 해소돼야 한다.

문민대통령으로서 이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명예롭지 못한 일이다.

<>김대통령=오늘 김총재와 만난것 자체가 지역대립을 해소하는데 기여하는
것 아니냐.

[[[ 경제문제 ]]]

<>김총재=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김대통령=중소기업에 많은 돈이 갔고 중소기업청을 만들면서까지
역점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김총재=(돈이) 많이 가도 못쓰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꺾기와 선이자로 고생하고 있다.

(김총재는 담보없이 신용만으로 은행융자를 받을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면서) 중소기업특보를 빨리 두는 것이 좋겠다.

<>김대통령=(고개를 끄덕이며) 검토하겠다.

농어촌문제에 대해서는 투자도 많이 했고 다시 돌아가는 농민도 있다.

<>김총재=아직도 불충분하다.

크게 보면 빚만 늘었다.

부채감면 통합의료보험도입 UR특례법 시행규칙제정 이중곡가제도입등이
필요하다.

<>김대통령=자세한 것은 검토해 보겠다.

사회복지예산은 내년에 상당히 늘어날 것이다.

물가인상율은 4.5%선에서 유지하겠다.

[[[ 기타 ]]]

<>김총재=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은 여야가 합의한 사항인데 결단을 내려
달라.

<>김대통령=내무부에 지시해서 알아보고 조치하겠다.

김총재는 "김대통령이 "우리 두사람이 과거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협력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협력하자"고 말해 민주화투쟁을 같이 해왔으니 남은
20개월동안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도 대화를 통해 풀어 나가길 바란다고
말하자 김대통령도 공감했다"고 전해 이날 회담에 비교적 만족해하는 모습
이었다.

<문희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