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에서 북상한 봄바람은 강원도 산골계곡에도 어김없이 찾아든다.

그러나 강원도의 높은 산봉우리나 계곡 그늘진 곳엔 아직까지 잔설이 덜
녹은채로 남아있기도해 양지의 봄꽃과 기묘한 앙상블을 이루며 남쪽과는
다른 봄을 느끼게 한다.

여름이면 교통체증으로 짜증부터 나는 주문진 주변 동해안 일대를 이런
봄철에 가면 여유있게 산과 바다, 그리고 낭만적인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오대산 월정사 소금강의 절경과 주문진바닷가를 잇는 환상의 "길과 맛"
코스를 달려본다.

<>.주문진으로 가는 드라이브코스는 영동고속도로 상진부IC를 벗어나
오대산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6번국도가 선호되고 있다.

강릉을 경유하지 않고 이 길을 이용하면 차량도 그리 붐비지 않아 서울서
자동차로 3시간30분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시간계획을 잡으면 된다.

진고개를 넘어 소금강과 주문진어항으로 이어지는 산악도로의 길이는 약
30여km.

솔숲을 헤치며 구절양장의 고갯길을 곡예운전하는 맛은 "스릴과 경탄"
그 자체다.

상진부IC에서 월정거리를 지나 4km쯤 달리면 간평교가 나오고 여기서
길은 두갈래도 나뉜다.

왼쪽길이 월정사와 상원사로 향하는 446번지방도로다.

이곳에서 신라시대의 고찰 월정사까지는 4km.

오른쪽길은 진고개길로 고개정상까지는 8.9km 거리다.

노인봉에서 흘러내리는 안개자니.

거리개자니계곡의 비경은 운전의 피로를 가시게 해 준다.

고개를 넘어 내려 장천동 금강교앞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으면
30여분만에 소금강관리사무소에 닿고 그대로 직진하면 10여분만에 동해어항
주문진과 만날 수 있다.

<>.진고개정상에 세워진 진고개휴게소옆 원토종닭(0391-661-4098)의
황토통닭구이와 간이포구인 영진항 영진회집(662-7979)의 자연산활어회
및 우럭미역국이 이 드라이브코스에서 맛볼수 있는 별미다.

황토구이는 이집주인 조남현씨(59)가 집에서 기른 닭에다 황토를 발라
장작불에 두시간정도 구워 낸 것으로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

닭의 내장을 들어내고 그 자리에 밤 대추 인삼 당귀 등 한약재를 집어넣어
영양가도 높고 일반통닭과는 확실히 다른 맛이 난다는 것이 단골고객들의
말이다.

주인 조씨는 "황토는 옛날부터 우리조상들이 제독제로 사용해왔고 통닭
속에 한약재도 가미되어 현대인의 건강식품으로 손색이 없다"며 특허신청도
해 놓았다고 말했다.

조리에 두시간정도가 소요되기때문에 최소한 3~4시간전에 주문을 해야하고
이 집에서 기르는 토종닭을 맛보려면 하루전에 전화예약을 해 두어야 한다.

가격은 황토구이 닭한마리에 2만5,000원, 황토오리구이는 3만원이다.

주문진항에서 3Km떨어져 있는 영진회집은 도다리 광어 우럭 등 자연산
활어만을 취급하는 것이 자랑이다.

이 집에서 자랑하는 우럭을 넣어 끓인 미역국은 걸죽한 맛이 일품이다.

된장(막장)과 초장도 직접 만들어 토속적인 진한 맛을 낸다.

강릉을 경유한다면 초당마을에 들러 초당두부도 맛볼 일이다.

초당마을엔 동화가든(0391-44-9885), 초당할머니순두부(44-2058) 등이
전통의 맛을 보존하고 있다.

< 노웅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