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무리한 증시개입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에 이미 3~4건의 부양성 증시대책을 발표해 놓은 터여서 당국의
집요한 주가관리 의지는 이미 충분히 과시된 상황이다.

선거를 불과 4일 남겨놓은 8일엔 급기야 증안기금의 자금을 증권사에
빌려주고 이 자금으로 주식을 강제 매입케하는데까지 이르러 증시내외의
비난도 높아지고 있다.

당국이 부인하든 않든 이같은 노골적인 부양책은 종전엔 없었던 것이다.

물론 지난 89년 12.12 증시부양책은 정부의 증시개입 역사에서 유례가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12.12조치는 명분과 시급성이 뒷받침된 불가피한 조치의 성격도
컸다.

당시 주가는 1.4분기의 1,000포인트에서 급전직하로 곤두박질쳐 800포인트
도 무너지는 과정이었다.

증시의 붕괴가 역으로 경제를 위축시키는 소위 "최악의 상황"이 예견된
터여서 발권력까지 동원된 주가살리기는 나름의 이해를 얻었다.

그러나 12.12조치의 후유증이 컸음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그것은 지금도 우리 증시의 낙후성을 상징하는 하나의 "기념비"가 되어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12.12조치에도 원인이 있었다.

사실 이 조치는 87년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자행된 증시부양책에 그 악연의
뿌리는 대고 있다.

지금 이같은 일을 정부가 되풀이 하고 있다.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은 자율중의 자율에 속하는 부분이요, 증권시장의
생명은 가격 기능이라는 따위의 긴 설명조차 필요없다.

지금 우리 증시가 가격기능을 완전 상실하고 있는가하는 질문을 당국자들은
스스로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 정규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