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들이 최근 초대형 국제바둑대회를 잇달아 창설해
세계바둑팬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LG 대우 삼성그룹등 대기업들이 주축이 되어 총규모 10억원이 넘는
초대형 국제기전을 창설했거나 추진중에 있는 것.

LG그룹은 지난달 올해로 20회째를 맞이한 기왕전을 총 11억원 규모의
국제기전인 "LG배 세계기왕전"으로 새롭게 단장, 올 6월 1회대회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매년 열리게 되는 LG배 세계기왕전은 우승상금이 2억원으로
응창기배 후지쯔배 등 현재 국내외에서 열리는 다른 국제기전의 규모를
능가하게 된다.

또 세계대회의 명성에 걸맞게 대국료도 대폭 인상, 본선 1차전부터
300만원에서 2,500만원까지의 상금을 받게되며 4강에만 들어도 웬만한
국내타이틀 우승상금보다 많은 상금을 주기로 했다.

현재 열리고 있는 국제기전가운데 세계최대규모 대회는 응씨배 대회로
총 150만달러 규모에 우승상금이 40만달러 (약 3억2,000만원)이다.

그러나 이대회는 4년마다 개최되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대회로는
우승상금 2,000만엔 (한화 1억6,000만원)으로 일본이 주최하는 후지쯔배
대회가 꼽히고 있다.

한편 삼성그룹도 총15억원 규모의 삼성화재배 (가칭) 국제기전을
올 상반기중 창설하기위해 본격적인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이 세계최대규모의 바둑대회를 2개씩이나 창설하게
된다.

대회방식도 이 두기전은 모두 세계오픈전 형식으로 치러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각국의 기사가 국내예선전을 거쳐 본선에 진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참여 폭이 넓은 것이 특징이다.

또 대우그룹은 LG배 삼성화재배 보다 규모는 작지만 한.중.일의
최고기사 3명이 출전하는 96 세계바둑 최강전을 창설했다.

우승상금 1억원을 놓고 이달부터 오는 9월까지 세계최정상 자리를
겨누게 되는 이 대회에는 한국의 이창호 칠단 중국의 마샤오춘 구단
일본의 다케미야 마사키 구단이 각각 출전한다.

이로써 한국은 기존의 동양증권배 진로배 보해컵 여자대회에 LG배
삼성화재배 등 2개의 기전을 추가 개최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국제기전의
메카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불과 수년전만해도 국제대회는 일본이 최강국으로 자리잡아 세계
바둑계를 흔들다시피 했다.

그러나 90년대들어 조훈현 구단 이창호 칠단 유창혁 칠단 등 한국
기사들이 세계대회를 잇달아 제패하면서 우리나라가 세계최강바둑국으로
부상했다.

이러한 한국바둑의 상승세에 힘입어 보해양조 진로 동양증권 등 국내
기업들이 국제대회를 잇달아 개최했고 이들이 바둑대회를 통해 홍보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밝혀지면서 대그룹들도 초대형 국제바둑대회 개최에
관심을 갖게 된것.

대기업의 기전 참여는 문화사업을 벌이면서 세계바둑팬들에게 자사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효과도 보게돼 이미지개선과 홍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잡는 셈이다.

또 이러한 초대형기전의 탄생은 사회적으로 바둑의 인식이 높아진
것을 증명함과 동시에 국내바둑계가 더욱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바둑관계자들은 반갑게 받아들이고 있다.

< 김형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