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아르헨티나.

파라과이 3국의 국경지대에 걸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폭포도시
이과수.작년 11월 이곳에는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정보통신업체
관계자들이 몰려들었다.

"중남미 텔레컴 쇼"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고작해야 폭포수를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나 찾는 정도였던 이과수는
모처럼 "넥타이 부대"로 북적였다.

관광지 이과수가 "중남미 정보통신 산업의 최전선"으로 발돋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했다.

한국에서는 LG정보통신이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에 성공한 CDMA(부호분할
다중접속방식) 이동통신장비를 선보였다.

LG는 브라질업체와 이 CDMA장비를 현지 합작 생산키로 원칙 합의하는
성과를 올렸다.

빠르면 연내 생산공장이 착공될 전망이다.

"세계의 허파"로 불리는 브라질 북부의 아마존강 유역.

이 지역 중심도시인 마나우스도 더 이상 "관광 거점도시"만은 아니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 일본 독일등 각국 기업들이 다투어 이곳에 투자
진출을 서둘고 있는 것.

한국에서는 삼성전자가 8억달러를 들여 브라질 남부의 상 파울루주 등
4개지역과 마나우스를 연계하는 대규모 전자제품 조립공장을 짓기로 했다.

LG전자는 빠르면 올 7월부터 마나우스에 3천만달러를 들여 TV VTR
전자레인지등의 가전제품 공장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우전자 역시 마나우스와 상파울루 일대에 전자생산단지를 건설키로
했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 기업들이 이처럼 브라질등 남미지역에 적극
진출하고 있는 것은 이 지역이 "시장"으로서 새롭게 각광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인구 2억5천만명이 몰려 있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남미 4개국이 작년 1월 "메르코 수르"라는 무관세 공동시장을
결성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역외국가들의 발걸음은 더욱 바빠지고 있다.

더욱이 이 공동시장에는 조만간 칠레 볼리비아 등까지 가세할 예정이어서
남미시장은 더한층 매력을 발할 전망이다.

남미시장이 주목받고 있는 요인은 이 뿐 만이 아니다.

그동안 이들 국가를 무기력 상태로 몰아넣었던 만성적인 인플레가
걷히면서 지역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있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투자
유인이다.

LG상사 중남미지역장인 장봉호이사는 "브라질 아르헨티나등 남미
대국들이 일련의 통화개혁등을 통해 그동안 경제를 무겁게 짓눌렀던
하이퍼 인플레를 한자리 숫자로 누그러뜨리면서 현지 구매력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적극적인 투자 진출 배경을 설명한다.

브라질의 경우 94년 기존 크루제이로화를 폐기 처분하고 미달러화에
1대 1로 연동시킨 헤알화를 도입하는 통화개혁을 단행한 이후 세자리숫자를
넘었던 인플레율이 올해는 10%선으로 낮아졌다는 것.

반면 92년까지만 해도 마이너스 상태였던 경제성장률이 94년 6%로
높아졌고 올해는 두자리숫자까지 점쳐지고 있다.

이처럼 인플레경제가 진정되고 고도성장이 재현되면서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업체들이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독일 폴크스바겐사의 경우 상파울루 등에서 승용차생산을 대폭 확대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AT&T등 멀티미디어 업체들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본은 신일철 NTT 등이 브라질 국영기업 인수를 서둘고 있다.

대만의 경우 1백여개사가 공동으로 브라질과 파라과이 국경지대에
대규모 전자부품단지를 건설키로 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삼성전자 손종익 상파울루지점장은 "브라질은 현 단계에서도 세계
10위 이내의 가전제품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남미통합시장인 메르코 수르가 본격 시너지효과를 낼 오는 2000년을
전후해서는 5대시장으로까지 급부상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삼성 LG 대우등 가전3사는 이에 따라 오는 2000년까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에 TV VTR 등은 물론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과 함께 모니터
등 정보통신기기 분야로까지 생산 및 판매거점을 확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대우자동차를 비롯한 자동차회사들도 남미지역내 생산거점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세계경제의 "천덕꾸러기"로만 여겨졌던 남미국가들이 기지개를 켬에
따라 이곳을 새시장 개척의 최전선으로 삼으려는 한국 기업들의 발길은
앞으로 더욱 잦아질 전망이다.

< 상파울루=이학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