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금사가 종금사가 되고 나면 2000년대 종금사는 무슨 모습일까.

정부가 투금사와 종금사를 통합하려는 의도는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살로먼 브라더스 등 미국식 투자은행( Investment Bank )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기존 종금사가 기업에 대한 도매금융과 투자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영국식 머천트뱅크( Merchant Bank )를 모델로 했다는 점에서 지금의
종금사와도 다른 형태가 될 것이다.

정부가 투금사와 종금사를 통합하면서 "종합투자금융회사법"이란
이름을 고집했던 이유도 이런 정책적 방향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식 투자은행은 증권회사로부터 출발해 업무영역이 확대된 결과
예대업무를 제외한 광범위한 업무를 수행하는 대형증권사가 됐다.

특히 미국이 전세계 기업어음(CP)시장의 80%를 차지하는 나라이고
이를 주도하는 기관이 투자은행이다.

때문에 기업어음할인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투금사와 종금사가
함께 가야할 방향이라고 보는 것이다.

정부가 의도하는 방향이 종금사를 미국 투자은행처럼 키우는 것이라면
2000년대 종금사는 종합증권업무를 수행하는 회사가 된다.

투자은행이라고 해서 영업행태가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외견상 이름은 투자은행이지만 영업행태는 각사의 사정과 전략에
따라 특화돼 있다.

미국의 경우 골드만 삭스는 미국 CP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메릴린치는 소매금융에 비중을 두고 있어 지점이 600개에 이른다.

살로먼 브라더스는 기관투자가위주로 영업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CP담당부서를 아예 폐쇄하고 주로 국공채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해 업계에서도 동의하는 분위기이다.

현대종합금융의 이영일전무는 "2000년대 종금사의 모델은 대형화와
전문성을 동시에 갖춘 형태가 돼야한다.

최근 유통혁명을 몰고온 E마트 킴스클럽 프라이스 클럽등 신종 유통업체가
그 모델이다.

이들은 대형화와 전문화를 동시에 구비하고 가격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의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기업이 최적의 재무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하는데 도움을 주기위해서는 각종 정보와 금융노하우를 갖춘
대형전문금융기관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