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시대는 과연 열릴 것인가.

연쇄부도와 자살등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중소기업문제의 매듭을
이제는 풀어야겠다는 심정에서 본사는 중소기업청 개청에 발맞춰 "중기시대
를 열자"는 시리즈를 연재해 왔다.

자금 인력 하도급 창업 입지등 주요 문제를 짚어보고 다양한 해결방안을
모색해 왔다.

이번 시리즈를 마감하면서 각계 전문가들은 중소기업문제와 해결책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아보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는 이우영 중소기업청장, 이병서 한국특수화학사장(페인트잉크조합
이사장), 이희영 한국열처리사장(열처리조합이사장), 최동규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사회)등 4명이 참석한 가운데 과천 중소기업청장실에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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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규 부원장=정부의 정책의지가 어느때보다 높습니다.

중소기업청도 발족됐고 이제 중소기업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기대하는
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양극화로 부도와 자살사태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늪에 빠져 목만 내밀고 있는 상황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먼저 중소기업의 실제 어려움은 어떤지 살펴봅시다.

<>이병서 사장=중소기업청이 생긴 것은 중소기업이 어렵다는 반증입니다.

미국이나 일본등 선진국의 중소기업 역시 과거에도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육성을 위해선 중소기업을 키워야 합니다.

19세기 영국에선 시장이 개방되자 중소기업이 경영난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생산성증가율이 하락하면서 경쟁력도 떨어졌고 국내저축과 투자도 줄어
중소기업이 쇠락했지요.

이는 부의 불평등과 사회불안정으로 이어졌습니다.

영국은 결국 1등국가에서 2등국가로 전락했습니다.

미국은 영국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노력해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중소기업은 어려운데 보호제도는 서둘러 없애고 있고 중소기업지원법도
8개에서 5개로 통폐합했습니다.

미국과 영국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이희영 사장=현실문제로 들어가 봅시다.

중소기업은 복합적인 병을 앓고 있습니다.

정부가 정책자금을 지원해도 많은 중소기업인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데
이는 중소기업의 97%가 50인이하의 소기업이기 때문입이니다.

이들은 수혜를 받을 여건이 안됩니다.

모기업추천을 받아오라고 하는데 2차 3차하청업체가 어떻게 추천을 받아
올수 있습니까.

또 부도가 급증하니까 창업도 크게 증가한다며 별걱정없이 안이하게 대응
해왔는데 20~30년 노하우를 쌓은 기업을 어떻게 창업기업과 비교할수
있습니까.

이제 숫자놀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최동규 부원장=중소기업도 문제가 있지만 정부정책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우영 청장=우선 중소기업이 현재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조조과정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중소기업이 무슨 병에 들어있는가를 정확히 짚어내는게 필요합니다.

중소기업대책은 곧 자금지원으로 인식돼있는데 이는 마치 환자가 입원하면
무조건 산소호흡기를 꽂는 것과 흡사합니다.

간염인지 기관지염인지 우선 정확한 진찰이 필요하지요.

<>최동규 부원장=자금문제가 현장에선 역시 중요한 과제인데 실상은
어떤지요.

<>이희영 사장=지금까지 27년간 사업을 해오면서 겪은 자금상의 어려움은
말로 할수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매일같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돈이나 구하러 다닌다면 문제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런 기업인들은 기업할 자격없다고 봅니다.

자금은 오히려 두번째 문제입니다.

아이템이 좋으면 돈을 대주고 동업하자는 사람이 몰립니다.

중소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무분별한 사업참여에서 비롯된 과당경쟁이라고
봅니다.

부동산이 잘된다 싶으면 우르르 몰리는 것과 흡사하지요.

열처리업계를 보면 지난 27년동안 10개미만이던 업체가 수백개로
늘었습니다.

품질경쟁이 아니라 덤핑수주등 과당경쟁을 벌이다보니 정책자금을 끌어다
열심히 투자한 업체가 먼저 쓰러집니다.

그래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경쟁력도 갖추지 못하는게 현실입니다.

<>이병서 사장=중소기업은 규모별 업종별로 차이가 많습니다.

만성적인 자금부족에 시달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30년동안 고도성장하면서 자연히 자금수요가 증가하고 이에따라 만성적인
자금난을 겪고 있지요.

제조업은 생산요소 기계 땅을 사고 종업원을 훈련시키며 시장수요에 맞는
품질의 제품도 만들어야 합니다.

반면 수익이 돌아올때까진 시간이 걸립니다.

돈이 모자라게 돼있고 자연히 차입에 의존할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엔 공장부지를 넉넉하게 사두면 값이 올라 사업이 잘안돼도 은행빚을
갚고 도약할수 있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원하던 원치않던 많은 기업들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최동규 부원장=의욕을 갖고 사업하는 사람은 더욱 자금난에 시달리는게
현실입니다.

정부가 금융지원확대를 발표하면 은행창구에선 구체적지침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대출자의 면책기준확대가 시급한 과제라고 봅니다.

<>이우영 청장=90년대초까진 전체적으로 자금이 모자랐던게 사실입니다.

이는 부동산투기를 위한 자금가수요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가수요가 사라졌습니다.

자금문제는 자금자체의 절대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고 신용이 부족한게
문제입니다.

신용이 있는 중소기업은 얼마든지 자금을 빌릴수 있는데도 자금난을
호소하는 기업이 많은 것은 두가지 원인으로 나눠볼수 있습니다.

거래은행이 평가능력이 없거나 업체가 신용이 없는 것입니다.

문제는 신용이 있는데도 은행으로부터 제대로 평가를 못받는 기업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신용이 있는 기업에겐 과감하게 신용대출을 해줘야 합니다.

또 이들업체에겐 대출후 부도가 나도 대출자에게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합니다.

은행은 지금까지는 담보만 챙기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영업을 해왔고
부동산값이 올라가 회수하면 끝났습니다.

지금은 종업원 퇴직금과 임금 우선변제 때문에 담보를 잡아도 7년 지나면
담보가치가 제로가 됩니다.

은행도 살고 중소기업도 살기 위해선 신용대출을 확대해야 합니다.

각 은행장을 직접 찾아가 신용대출을 확대토록 협조를 구할 작정입니다.

<>이희영 사장=정책자금을 대출받은뒤 갚을 길이 없어 흑자도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은행빚을 갚고 자립하겠다는 기업인은 정부가 과감히 도와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10억원을 은행에서 빌린 업체가 싯가 10억원자리 부동산을
팔아서 갚으려 한다면 세금이 4억원이나 됩니다.

팔지도 못하고 은행빚을 갚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기업들이 많습니다.

은행빚을 갚기 위해 파는 부동산에 대해선 세금을 탕감해 주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유망업체의 흑자도산도 막고 은행도 살게 됩니다.

<>최동규 부원장=인력문제가 심각하다는데 현장의 느낌은.

<>이희영 사장=열처리 업체는 외국인을 많이 쓰는데 직장이탈등 문제가
많습니다.

중소기업은 인력난이 극에 달했는데 고속도로의 티겟팅이나 버스전용차선
위반단속원중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중소업체에서 일하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군인력 가운데 기술자 기능인들은 국토방위임무를 수행하면서 산업현장
에서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그러면 굳이 외국인을 안들여와도 됩니다.

또 외국인을 들여오더라도 지금처럼 중기업보다는 소기업에 많이 배정해야
합니다.

<>이병서 사장=우리 노동력은 우수합니다.

그런데 자발적실업이 급증하고 있어요.

유흥음식점에 가보면 젊은 인력이 엄청납니다.

이들을 산업인력화해야 합니다.

외국인력은 문제가 많고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병역특례확대등 가급적 우리인력 활용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막스웨버의 말처럼 노동을 신성시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는게 중요
합니다.

우수인력은 대기업으로 몰리는데 중소기업에서 오래 근무할수 있도록
한기업에서 5년이상 근무하면 과감한 혜택을 주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또 임금수준이 생산성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상황인데도 대기업이 올려주면
중소기업도 안올려줄수 없어요.

지금은 어려운 때인 만큼 대기업이 임금인상을 자제해야 합니다.

<>이우영 청장=인력문제는 양과 질 두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우선 대내적으로 수급이 밸런스냐 언밸러스냐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감시원 주차단속등에 젊은이들이 종사하는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는 전적
으로 동감입니다.

제조업쪽으로 인력의 물꼬를 트고 그런데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면 다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동안 경제가 발전한 것은 우수한 인력 때문입니다.

우수한 경영인력 불타는 근로의욕등이 성장을 이끌어 왔는데 이를 지속
시키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올림픽금메달리스트 못지않게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동규 부원장=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10대 대기업이 중소기업지원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데 실질적인 협력을
위해 어떤게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이병서 사장=대기업지원책은 말뿐입니다.

부의 불평등을 해결해야 합니다.

대기업만 잘되면 경제가 성장하니 중소기업은 쓰러져도 관계없습니까.

정부는 모든 정책의지를 중소기업에 촛점을 맞춰야 합니다.

미국 중소기업청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제품을 안쓰면 사유서를 써내게 해서
불이익줍니다.

청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경영과 기술을 지도해 주고 품질을 향상시키며
코스트를 낮추도록 앞장섭니다.

이는 세계무역기구체제에도 어긋나지 않습니다.

중소기업은 독립기업 하청기업등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특성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지요.

<>이우영 청장=과거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종속관계였으나 지금은 대등
하고 상호 필요로 하는 존재라고 인식해야 합니다.

지금은 초보적인 협력단계라고 판단합니다.

삼성 현대는 현금결제를 하겠다, 대우는 중소기업과 해외에 동반진출
하겠다고 발표하는등 이제 협력관계는 점화됐다고 봅니다.

중소기업청에서도 협력관계를 정밀분석해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할 계획
입니다.

<>최동규 부원장=중소기업청에 부탁하고 싶은 말은.

<>이병서 사장=중기청에 대해 기업과 국민은 큰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기대에 부응하는 조치가 없으면 실망이 엄청 클 것입니다.

재무구조가 좋고 건실한기업은 그냥 놔둬도 됩니다.

중소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실비실한 기업에 촛점을 맞춰야 합니다.

중소기업을 살릴수 있는 획기적 대책이 필요합니다.

기업인도 물론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겠지만 말입니다.

<>이희영 사장=청이 발족됐으니 모든 중소기업 문제는 청에서 시작해서
청에서 끝내야 합니다.

부처이기주의의 틈바구니에서 일을 하려면 강한 중소기업청이 돼야 합니다.

<>이우영 청장=청장에 임명되고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런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첫째 중소기업들의 자생력을 길러주는데 총력을 기울일 작정입니다.

특히 신용관리능력을 기르도록 하는데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두번째는 균형감각을 지닌 대변자역할을 하겠습니다.

정부의 조직은 기능별로 돼있습니다.

중소기업에 관련된 것은 전부처에 걸쳐 있습니다.

중소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고 사리에 합당하다고 판단되면 발벗고 다니며
해결하겠습니다.

세번째는 규제완화에 적극 나서겠습니다.

정부입장이 아니고 중소기업 입장에서 직접 뛰겠습니다.

또 중소기업이 청에 갔더니 이건 관청이 아니라 일류백화점보다 더 친절
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철저히 서비스정신으로 무장시키겠습니다.

개청 멤버들이 이렇게 멋진 일을 해냈다는 얘기를 후세들로부터 듣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정리 = 김낙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