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은 오는 25일로 취임 3주년을 맞는다.

문민정부출범이후 지난 3년간 우리 경제는 "경제개혁"의 소용돌이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순탄한 성장가도를 달린 것으로 평가된다.

상당한 경제충격이 예상되던 금융.부동산실명제 등 양대 실명제가 별
무리없이 시행됐고 기업들의 투자와 수출이 활력을 되찾아 지난해에는
9%대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같은 외형적인 "밝은" 경제지표와는 달리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화학과 경공업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돼 중기의 어려움이 한층 더해지는
문제도 낳았다.

많은 규제를 풀었지만 여전히 피부에 와닿는 수준에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지난 3년간의 "매크로"지표를 보면 이례적일 정도의 호황국면을
가리키고 있다.

문민정부출범전인 92년 5.1%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이 94년 8.4%로
올라간데 이어 지난해에는 9.3%에 달한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는 1인당 국민소득이 사상 처음 1만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추산될 정도다.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93년 5.8%에서 지난해에는 4.7%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정부는 이같은 경제성과를 "일부의 우려와는 달리 금융.부동산실명제 등
과감한 경제개혁의 추진이 경제활력을 회복하는 밑바탕이 되었음을 입증
했다"고 평가한다.

김대통령이 "개혁중의 개혁"으로 규정한 금융실명제의 경우 <>금융소득
종합과세 및 공평과세의 기반이 조성되고 <>전직 대통령들이 구속된 것처럼
사회정화기능을 수행했으며 <>상거래관행과 경제의 건실화를 유도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금융실명제 도입당시 우려됐던 금융대란 경제혼란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부동산실명제도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였던 부동산투기억제에 크게
기여했다.

명의신탁 등 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적 가수요를 크게 줄여 95년초 부동산
실명제발표이후 주택가격이 0.2%하락하고 토지가격도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지표상의 호황은 적어도 중소기업에겐 남의 얘기였다.

문민정부들어 심화된 경기양극화현상으로 중소기업들은 연일 부도위기에
직면해야만 했다.

지난해 부도율이 0.17%로 83년이후 최고수준을 보였을 정도다.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신경제 5개년계획기간중에 모두 6조원이상의
자금을 지원키로하는등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대책들로 급속한 대외개방과 산업구조조정의 과정에 적응하지
못한 건설 유통업체들의 부도사태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급기야 덕산 유원건설등 굴지의 건설회사들이 무너진데 이어 올해는
30대그룹인 우성건설까지 부도를 내는등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앞으로 문민정부 경제팀이 해야할 과제는 바로 이같은 양극화현상을
해소하고 획기적인 행정규제 철폐와 서민경제에 실질적인 보탬이 되는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발굴하는 것이라는게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
이다.

< 육동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