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군 덕천리공장에서 스포츠용구를 생산하고 있는 밴스포츠의
안정용사장은 요즘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해외에서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늘려야 하는데도 그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3천5백평의 부지에 들어서 있는 공장중 오래전부터 축사를 개조해
쓰고 있는 3백60평규모의 무허가건물을 최신식공장으로 신축하려는데서
비롯됐다.

신축허가를 내러 관련기관에 갔더니 "지목이 임야이니 임야상태로 환원
한다음 신청하라"는 어처구니없는 대답을 들었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현재 가동되고 있는 공장을 완전히 허물고 새로 지으라는
것이다.

가뜩이나 풀가동해도 물량을 소화하기 힘든판에 이는 안사장에게 결국은
"공장을 짓지 말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과거에는 공장의 신설 증설이 어려워 무허가건물을 사용한 업체가 대부분
이 었을 겁니다. 무허가건물을 없애는 것이 당국의 방침이라면 신축허가를
신청했을때 실질적으로 공장이 세워질수 있도록 행정이 받쳐 줘야지요"

안사장은 "공장의 신규수요보다는 기존공장을 증설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면서 "이같은 맹점이 하루빨리 고쳐졌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란다.

공장입지에 대한 행정제재가 과거보다 많이 완화됐다고 하지만 안사장이
처한 예는 우리나라 공장설립과 관련된 절차와 규제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협중앙회가 최근 수도권및 대도시에 소재한 2백67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공장입지애로실태에 따르면 공장입지규제완화에 대한 정부시책에
대해 "미흡하다"와 "오히려 강화됐다"가 각각 43.4%와 3%로 나타났다.

"완화됐다고 본다"는 업체는 19.4%에 불과 규제완화책이 보다 과감하고
실효성있게 추진돼야할 것으로 지적됐다.

또 공장입지와 관련 20.2%의 업체가 행정제재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재내용중 벌금부과가 4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시정권고 25.9%,
이전명령 18.5%, 단전단수 1.8%의 순으로 중소기업은 입지환경의 열악함으로
많은 비용손실을 감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지난해 전국의 주요공단과 개별공장을 둘러보며 규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공장설립의 경우 평균적으로 30단계의 절차와 1천1백
80장의 승인요청서류 3백44개 승인도장등이 필요 설립절차를 밟는데 2년
11개월 소요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구비서류의 종류도 미국이 23종 대만 2백38종 일본 3백25종이고 한국은
3백36종으로 조사됐다.

통산부와 건교부등 정부에서는 최근 공장입지난해소를 통한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각종 시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지난연말 공업배치및 공장설립법시행령을 개정, 중소기업의 공장설립때
적용되는 업종및 건축면적제한을 대폭 완화하는등 중소기업 공장입지애로
해소 수도권내공장 이전증설허용범위조정 분양받은 공장용지처분 절차간소화
산업용지확보원활화등을 기하는등 기존의 각종규제를 풀었다.

또 수도권밖지역의 예비공장용지에 대한 업무용토지판정요건을 공장기준
면적의 10%에서 20%로 확대하는등 기업의 공장증설및 확장에 따른 용지난을
덜어줬다.

이외에도 건설교통부는 지난해 개정된 "산업입지지침"에 따라 올해 신규로
지정되는 구미4단지 위천단지 발안단지 충주과학단지등 약 40여만평을
중소기업전용 임대공장용지로 공급키로 하는등 공장입지관련 지원책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같은 정부지원시책에도 불구 많은 중소기업들이 "미흡하다"고 느끼는
것은 "큰 규제"는 많이 풀렸지만 "조그만 규제"는 도처에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소기업인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큰 규제"나 "조그만 규제"나 공장짓는데 걸림돌이 되기는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은다.

전답위나 임야에 있는 무허가건물을 증설하려면 다시 부수고 지어야
한다든지 생산라인의 공정 어느 한부분에만 공해가 발생하는데 무조건
공장설립을 불허하는 경우등이 그 예이다.

기협중앙회의 한기윤경제조사부장은 "담당공무원들이 법의 규정을 너무
경직되게 해석해 문제가 많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면서 "이는 정부의
각종규제가 사후관리로 막을수 있는 문제까지 사전규제로 일관돼 있기 때문"
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규제완화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서비스가 중소기업의 공장설립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하고 토지물색에서부터 공장설립신고절차까지
지원하는 "원 스톱 서비스"등 보다 적극적인 지원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신재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