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영중소기업청장은 요즘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개청이후 조직정비 지방청개소식참가 업무보고청취 중소기업인 의견수렴
등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

점심약속도 펑크내기 일쑤다.

쉴새없이 내리는 오더에 간부들마저 정신을 차리지 못할 지경이다.

밤12시까지 업무보고준비와 사업계획수립으로 불을 밝힌 중기청은
정부청사가운데 가장 분주한 곳중의 하나가 되었다.

2백40만 중소기업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절감하는 그로서는 청장으로
임명받은뒤 밤잠마저 제대로 못이룬다고 말한다.

인천지방사무소개소식을 마치고 돌아온 그를 과천청사 2층 집무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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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이기한 산업2부장]

-청장취임을 축하합니다.

34년간 몸담았던 한국은행이나 기업은행장시절 일욕심이 많아 불도저라는
별명을 얻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위해 머슴역할을 하게된 이상 중소기업을
위한 일이라면 무슨일이든지 혼신의 힘을 다해 뛰겠습니다.

중기청이 중소기업의 육성 발전이라는 중대한 사명을 한몸에 안고
발족한 기관임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는 만큼 기대를 충족시킬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중소기업이 어렵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의 현실을어떻게 보십니까.

"지난해 중소기업은 94년보다 생산이 9.6% 수출이 23% 투자가 16.5%
늘어났습니다.

전반적으론 괜찮은 수준이지요.

하지만 노동집약적산업 내수산업 중소건설업 도소매업은 아주 어렵습니다.

내수업종중에서도 대기업협력사는 나은 편이나 독립중소기업은 경영난이
더욱 심각합니다.

그래서 작년에 1만4천개사가 부도를 낸것입니다"

-이들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까닭은.

"한마디로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는데 대응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경쟁력이 취약해졌다는 얘깁니다.

좀더 분석하면 자금난 인력난 기술력부족등이 그 바닥을 이루고
있지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면 자금 인력 기술 입지 등 다양한
정책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중기청은 권한이 별로 없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 중소기업을 위한 행정을 펴실 건가요.

"저는 중기청이 많은 권한이나 정책수단을 가져야 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많은 권한을 갖고 일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중소기업이 자금난을 겪는다고 중기청에 돈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업체에 지원할 수는 없지요.

인력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기청은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정확히 파악해 실질적인 지원기관에
전하는 전달자 역할을 충실히 해야합니다.

실질적 지원기관이란 재경원 국방부 통산부 노동부 조달청등 정부기관이
될수도 있고 금융기관이나 중진공 신용보증기관 때로는 대기업이 될수도
있습니다.

각부처는 중소기업을 지원할 마음가짐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봅니다.

국무회의에 참석했을때 그런 분위기를 충분히 읽을수 있었으니까요.

또 대기업 총수들도 방문해 중소기업 지원문제를 부탁할 작정입니다.

중소기업문제는 어느 한 부처나 정부의 힘만으로 해결될 사항이
아닙니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곳은 어디든 쫓아
다니겠습니다"

-업체의 애로파악과 전달을 위해 특별히 구상중인 사항은.

"먼저 중기청을 열린 관청, 철저한 서비스관청으로 만들겠습니다.

중기청은 중소기업의 심부름꾼이라는 인식을 모든 간부및 직원에게
철저하게 주지시키겠습니다.

중소기업인들이 부담없이 드나들도록 친절정신을 몸에 배도록 하겠으며
중소업체의 현장을 구석구석 찾아다니겠습니다.

또 중기청산하에 "중소기업금융지원협의회"를 설치해 중소기업금융지원
유관기관과의 업무협조를 강화시켜 나각 계획입니다.

이와더불어 각종지원태널을 통해 자금지원을 적시라면 성장전망이있고
경쟁력있는 중소기업의 경영압박은 현저히 줄어들것입니다"

-중소기업의 연쇄도산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부도업체중 상당수는 거래대금으로 받은 상업어음의 부도로 어처구니없이
함께 쓰러지고 있습니다.

상업어음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주 중요한 지적입니다.

부도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은 중기청의 핵심과제중의 하나라고 할수
있지요.

거래대금으로 받은 진성어음이 예기치 못하게 부도가 나면 그 충격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기업은행장으로 재직하던
작년 10월 연쇄부도방지특별자금지원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골자는 받을어음부도때 지점장 전결로 3억원까지 해당업체에 지원해주는
것입니다.

지금은 이제도를 국민은행 대동은행등도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기협중앙회의 공제기금도 연쇄부도방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은행들이 이 제도를 많이 도입토록 요청하겠습니다"

-은행엔 돈이 남아 돌아도 중소기업은 담보가 없어 돈을 빌릴수가
없습니다.

중기청에 걸려오는 민원상담전화의 70% 이상이 담보가 없어 자금지원을
못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은행은 고도화된 기업심사기법을 개발해 신용위주로 업체에 지원해야
합니다.

이는 은행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과거엔 부동산담보만 잡으면 대출금회수에 걱정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부동산가격이 안정세를 유지하는데다 법원판결로 일정기간의
종업원 퇴직금과 임금을 우선 변제토록 하고 있어 부동산의 담보가치가
급락하고 있지요.

부동산을 담보로 잡은지 7년이 지나면 담보력은 제로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재무구조 손익등 과거및 현재의 기업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와
기업인의 경영능력 자세 인생관 등 미래지향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신용평가지표를 개발해 과감하게 신용대출에 나서야 합니다.

기업은행은 2년동안 이같은 신용평가기법을 개발해 6개월간의 검증
작업끝에 작년 5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은행연합회도 작년말부터 이런 기법을 각은행에 시달해 시행토록
하고 있습니다.

이 기법이 활발히 시행되면 중소기업의 담보문제와 은행의 경영문제가
동시에 해결될 것으로 믿습니다"

-기업의 인력난해소와 기술수준 향상도 중요한 과제라고 할수 있는데.

"인력문제에 대해선 우선 정확한 실태파악과 함께 노동부 법무부 등과
협조해 나가겠습니다.

단순인력의 충원도 시급하지만 중소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추려면
기능인력과 고급기술인력의 원활한 공급문제가 더욱 중요합니다.

이들 인력이 중소기업에서도 근무할수 있도록 여러가지 유인책 등을
관계부처에 건의할 생각입니다.

기술수준 향상은 지방사무소및 중진공을 통해 적극 지원할 생각입니다.

지방사무소는 30만분의 1mm의 오차를 잴수 있는 정밀측정기기를 비롯,
금속의 표면을 30만배 확대할수 있는 기기 등 첨단장비를 갖추고 있지요.

이들 기기를 중소기업들이 충분히 이용토록 홍보할 계획입니다.

또 중진공의 우수한 기술인력이 중소업체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더
큰 도움을 줄수 있도록 협조할 예정입니다"

-중소기업인의 경영자세로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기업경영은 자기책임하에 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기업경영의 1차적 책임은 중소기업인에 있지요.

통산부와 협조해 중소기업인의 경영교육을 대대적으로 펼칠 계획입니다.

이 교육에서는 경영자의 자세는 물론 노사협력관계, 기술, 품질 등
경영자가 갖추어야할 사항에 중점을 두겠습니다"

-중소기업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자생력을 키우라는 것입니다.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하기 전에 기업인 스스로 내 업체는 내가 키운다는
확고한 경영철학을 가져야 합니다.

또 신용능력을 배양하라는 것입니다.

시장경제 메커니즘에선 신용이 없으면 살아가기 힘듭니다"

올해 환갑인 이청장은 고대 상대를 나와 한은에 입행, 자금부장 이사
부총재를 거쳐 기업은행장을 역임했다.

매사에 정렬적으로 임하는 그는 하루 3갑이상 피우던 담배를 끊었고
등산으로 건강을 다지고 있다.

< 정리=김낙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