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우려와는 달리 우성건설부도이후 자금시장은 더욱 안정되고 있다.

회사채수익률등 장기금리는 대체로 연12.0%초반에서 소폭의 오름내림만
계속하고 있을 뿐이다.

단기금리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연초부터 계속 10.2%대에 걸려 있던 1일짜리 콜금리는 움직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3개월짜리 CD나 CP는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우성건설이 부도나면 하청업체등의 연쇄부도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부도업체는 우성건설이 부도난 18일 45개에서 22일에는 18개로
줄어들기까지 했다.

연초에 다소 불안한 기미를 보이던 자금시장에 우성건설부도가 정부자금
지원을 이끌어내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리의 "이상안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금리가 이처럼 안정을 보이는 이유는 데는 자금시장을 선순환시키는 요인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1월이 전통적으로 자금비수기라는데 있다.

1월은 기업들이 아직 본격적 투자에 들어가지는 않는 시기다.

그러다 보니 대규모자금수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수요는 별로 없는데 자금공급여력은 충분하다.

현재 총통화(M2)증가율은 13.1-13.2%로 올해 목표치인 11.5-15.5%에 비해
여유가 충분하다.

지난해 1월 총통화가 약 1백30조임을 감안하면 총통화증가율을 1%만
늘린다고 해도 자금공급규모는 1조3천억원이나 된다.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관계자들은 "통화공급여력이 충분한 만큼 금리가
오를기미가 보이면 언제든지 자금을 추가공급할 방침이다"고 자신할 정도다.

내달 설날이전까지는 자금사정에 별문제가 없다는게 재경원실무자들의
전망이다.

자금수급사정이 이처럼 좋은데다 우성건설부도처리를 놓고 채권금융단과
정부가 보여준 발빠른 움직임도 자금시장을 안정시키는데 한몫을 했다.

정부는 우선건설자체에 대해서는 직접적 지원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자금
시장전체에 대한 지원은 늘렸다.

지난 17일이후 한은은 모두 2조원의 자금을 금융권에 풀어주었다.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을 비롯한 채권금융단도 재산보전처분이 내려지기
전인 24일부터 하청업체에 대해서는 자금지원을 재개해다.

여기다 금융기관들이 우성건설부도이후 자금을 장기보다는 단기위주로
돌리는 바람에 단기자금은 오히려 잉여상태를 보여 금융권에서 "단기자금은
처리 곤란"이라는 즐거운 비명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런 자금선순환이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먼저 이달말과 내달초에 걸쳐 자금수요가 많다.

25일 교원급여자금 5천억원을 필두로 <>27일 4.4분기 부가세 3조2천억원
<>2월2일 특소세등 월말세수 1조2천억원등 자금수요요인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다 2월하순 설날자금수요와 3월부터 불기시작할 총선자금수요등에
대비해 자금가수요가 일 조짐도 있다.

기업들은 가능한 금리가 오르기 전인 이달이나 다음달중에 채권발행을
하려고 서두르고 있다.

또 만성적 자금수요기관인 증권사는 채권을 팔아 여유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종금사전환을 앞두고 있는 투금사 역시 어음할인을 줄이며 보수적 영업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기채금리는 지난 23일부터 뛰기 시작했다.

3년만기 회사채금리는 지난 22일 연 12.05%에서 23일 연 12.08%로 올라
붙었고 24일에는 12.10%까지 상승했다.

회사채수익률이 공급물량의 많고 적음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기는 하지만
장기금리상승이 단기금리를 끌어올릴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금리
안정도 장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 낙관은 금물이라는게 시장관계자들의
진단이다.

더구나 신용도가 낮아 금융권에 접근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어 지표상의 금리만으로는 안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주 후반부터 우성건설 관련사와 하청업체의 어음이 본격적으로
돌아오기 시작할 것으로 보여 낙관할만한 여건은 아니라는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안상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