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동안 몸담아온 자동차에서 물러나게돼 아쉽긴 하지만 세대교체가
하나의 흐름인만큼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현대자동차가 2000년에 세계 10대 자동차메이커로 진입할 수
있도록 애정을 갖고 열심히 일해 주길 당부합니다"

29일 오후 4시 계동 현대그룹 사옥 지하2층 강당.

여기서 거행된 현대자동차 종무식에서 명예회장으로 오른 정세영회장은
만감이 교차하는듯 ''이임의 변''을 이렇게 시작했다.

자동차업계의 "거인"이 주연의 자리를 후진들에게 넘겨주고 "조연"으로
물러앉는 순간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정명회장은 경쟁업체들까지도 첫손락으로 꼽는데 주저하지않는
한국자동차 산업의 산증인이자 대들보.

시장협소와 기술미비를 이유로 정부관리들이 자동차산업의 비교열위론을
주장할때 그에맞서 공장을 세운 사람이 정명예회장이며 "포니"로 미대륙에
한국자동차의 깃발을 올린 사람도 그다.

정명예회장은 67년 현대자동차 창업사장으로 시작해 87년 회장을 거쳐
28년동안 한국자동차의 역사를 일궈냈다.

한국 첫 고유모델의 개발, 미국시장진출 등을 통해 현대자동차를 매출
10조원이 넘는 굴지의 대기업으로 키우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그는 올해만해도 자동차사업의 세계화를 위해 터기 인도 베트남 등을
다니며 자동차공장 기공식에 참석하거나 합작공장 계약을 체결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정명예회장은 "정몽규부사장의 회장취임은 내뜻이 아니었지만 나를 보필
했던 마음으로 훌륭한 경영인이 되도록 다듬어 주길 바란다"고 말하고
"대규모 프로젝트와 같은 중요사업을 빼고는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지만
회사일이 잘 안되면 관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종무식에 참석한 한 임원은 "현대자동차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등 물러나는 마지막까지도 자동차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준 감동적인
연설이었다"고 평했다.

< 이성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