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햇동안 주식시장은 경기논쟁에 시달렸다.

상반기에는 경기과열논쟁이 풍미했고 하반기에는 경기정점논쟁으로 주가가
출렁거렸다.

또 경기정점시기가 어느 정도 드러난 연말부터는 경기연착륙논쟁이 계속
되고 있다.

이같은 화려한 경기논쟁의 뒤안에는 경기양극화라는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수출관련 중화학업종의 활황과 경공업및 내수관련 비제조업의 고전이
교차한 것이다.

중소기업의 부도사태가 이어졌고 이들 주식을 보유한 일반투자자들이
한해내내 속을 태웠다.

경기과열논쟁은 지난해 4.4분기의 GDP(국내총생산)성장률 9.3%에 이어
올 1.4분기에 9.9%를 보인 것으로 발표된 5월께 절정에 달했다.

지난 91년 2.4분기 10.7%이후 최고치였다.

정부는 당시 물가수준이나 제조업평균가동률등을 들어 경기상황이 과열
상태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경기과열을 막아야 한다는 논의가
무성했다.

그러나 주가는 경기과열논쟁이 무색하게 종합주가지수가 연초의 1,013.57
에서 5월27일에는 847.09까지 미끄러졌다.

경기과열논쟁은 한국은행이 발표한 2.4분기 성장률이 1.4분기보다 낮은
9.6%로 나오면서 급속히 수그러들었다.

이때부터 장면이 바뀌어 경기정점 기록시기가 언제냐라는 "경기정점논쟁"이
새로 불거져 나왔다.

1.4분기 정점론과 4.4분기 또는 내년초 정점론이 대립했다.

정부관련연구기관들은 후자쪽에 섰다.

정부측이 경기정점을 늦춰잡고 7월1일 외국인투자한도가 확대되면서 보름
사이에 종합주가지수는 1백10포인트 가까이 오르는 "7월반등장"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뒤로 9월과 10월중에 몇차례 1,000포인트 돌파에 성공했을뿐
연말까지 약세장이 이어졌다.

지난 11월, 3.4분기 GDP성장률이 9.9%로 발표됐지만 건설등 일부지표의
"과대계상"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경기흐름이 급하게 꺾이자 1.4분기 경기정점론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경기연착륙여부"가 경기논쟁의 새로운 주제가 되고 있다.

경기과열논쟁까지 나왔지만 일반인들의 체감경기는 나쁜 쪽이 더 많았다.

경기양극화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리경제를 괴롭힌 것이다.

"경기활황=반도체생산회사의 호황"이라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전자 통신
보험등 일부업종을 제외하면 대부분 업종이 불황이었다.

중화학공업이 직전기대비 4%대의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간데 비해 경공업은
제자리걸음을 걸었고 건설사등에선 부도기업이 속출했다.

삼성전자와 비상장사인 현대전자 LG반도체등 반도체 3사의 올추정순이익은
약 4조6천억원규모로 지난해 12월결산법인 전체의 순익규모 4조8천6백
73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신발업종을 비롯 내수관련 경공업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업종들이 나왔다.

경기양극화는 주가양극화로 반영됐다.

종합주가지수는 11.9%가 떨어졌지만 대형우량주들이 주로 편입된 한경
다우지수는 6.9%나 올랐다. (25일현재)

올 한햇동안 주가가 상승한 업종은 전자(16.6%)와 보험(48.4%)등 두업종에
불과하다.

철강 해운 비철금속업종등 일부 수출관련업종만이 주가하락률 10%대이내에
머물렀을 뿐이다.

반면 종이 어업 조립금속 기타제조등 내수관련 경공업은 주가하락률이
30%대를 넘어섰다.

건설 증권등도 26%대의 주가하락을 기록했고 은행은 주가하락률이 11%대
였지만 현주가는 지난 92년의 주가바닥때 수준이다.

95년 주식시장은 반도체등 극히 일부업종의 호황과 수많은 업종의 불황이
극명하게 대비된 "빈수레가 요란한" 해였던 셈이다.

< 정진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