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사건과 관련, 대기업그룹 회장들이 검찰에
소환되기 시작한 7일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여야는 8일오전
국내최대그룹 총수들이 한꺼번에 소환되자 일제히 논평을 내고 검찰의
엄정수사와 총수들의 적극적인 수사협조를 촉구.

여야는 그러나 소환조사결과가 노전대통령 수사와 정치권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면서 관련 기업인의 사법처리여부에 대해서는 시각차를 노정.

민자당과 자민련은 노전대통령 비자금사건이 경제활동을 위축시켜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룹총수의 사법처리에 우려를 표명한 반면
국민회의와 민주당은 범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응당 사법처리를 해야한다고
주장.

<>.민자당은 그룹총수의 검찰소환조사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경제에
미칠 악영향등을 감안해 조사과정에서 위법사실이 명백히 드러나는
기업인만으로 사법처리 대상을 최소화해야한다는 입장.

손학규대변인은 논평에서 "재벌총수의 검찰소환조사는 성역없는 수사로
한점 의혹없이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검찰의 수사의지에 따른것"이라며
"그런만큼 정치권이 사전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검찰수사
과정을 진지한 자세로 지켜봐야할것"이라고 지적.

손대변인은 또 "재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의
단절을 통해서 음성적인 정경관계의 고리를 완전히 끊고 경제발전의
주역으로 거듭 태어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

김종호정책위의장은 "검찰수사를 존중하고 지켜볼 따름"이라면서도 과거
관행이었던 점을 고려해야한다는 입장을 표명.

김덕룡의원은 "철저한 조사를 위해 소환은 어쩔수 없는 일"이라며
"그러나 정치자금이 당시 관행이었고 책임은 부도덕한 정권에 있는만큼
경제에 영향을 최소화할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한다"며 비자금사건이

경제계사정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

<김삼규기자>

<>.국민회의는 검찰의 그룹총수 소환조사를 14대대선자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희석시키려는 각본으로 규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요구.

박지원대변인은 "비자금사건을 흥미위주로 몰고가 14대대선자금의혹의
초점을 흐리려는 수사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요식행위가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수사가 되어야한다"고 강조.

박대변인은 또 "검찰수사결과 재벌회장들의 범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만인앞에 평등한 법정신에 따라 이들에 대해서도 사법처리를 해야한다"고
주장.

한편 김대중총재는 이날 당사에서 열린 지도위원회의에 참석, "이미 밝힌
20억원외에 6공중간평가를 유보할때나 다른때에 노전대통령으로부터 돈을
받은 일이 없다"고 강조한뒤 "김영삼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며 대선자금공개를 거듭 촉구.

민주당 이규택대변인은 "항간에는 검찰의 재벌수사가 이번 사건을 적당히
미봉하기위한 각본수사라는 의혹이 제기되고있다"며 "이번 수사가 마무리
차원에서 일과성 통과의례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우려를 제기.

자민련 구창림대변인은 "여권이 중국의 강택민주석의 방한분위기 조성을
핑계로 조기수습을 꾀하는 것은 대선자금 공개를 피하고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처사"라며 여권의 축소수사를 경계.

김종필총재는 그러나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조사가 빨리 끝나 경제의
안정등을 위한 배려가 있어야하고 걱정스러운 요인들을 재정립하는 기회로
삼아야할 것"며 "이 소용돌이가 빨리 끝났으면 한다"고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

<김태완기자>

<>.김영삼대통령은 주말인 지난 4일에 이어 평일인 8일에도 공식일정을
하나도 잡지 않아 비자금정국의 해법구상에 골몰하고 있는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

청와대관계자는 이에대해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대해 생각할 여유를 많이
갖기 위해 가급적 공식일정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별한 의미는
부여하지 말아달라"고 당부.

그러나 청와대주변에서는 대통령의 공식일정이 없지만 수석비서관들로부터
계속 보고를 받고 있는데다가 과거 김대통령의 침묵뒤에는 모종의 조치가
취해졌다는 점을 내세워 비자금사건처리와 향후 정국운영방향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

한편 검찰의 연이은 재벌총수소환과 관련, 청와대관계자는 "검찰이
수사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면서 "계좌추적등의
조사를 통해 돈을 준 혐의가 있는 기업인을 소환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

<최완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