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전청와대경호실장이 22일 검찰조사에서 "3백억원은 노태우
전대통령 통치자금의 일부"라고 진술함에 따라 통치자금이라고 말한 배경및
법적성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전실장이 정치자금이라는 표현 대신 굳이 통치자금이라고 강조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단어선택이 아닌 고도의 계산된 용어구사라는 해석이 지배적
이다.

특히 6공실세들이 지난 92년 노전대통령이 지방자치제 실시를 연기할 때도
"통치행위"라는 다소 생소한 용어를 동원, 지자제실시 연기의 명분으로
사용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법처리를 피하기 위한 단어선택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즉 이번에도 통치자금이라는 용어를 사용, 정치자금이라는 말이 주는 "검은
돈" 냄새를 없앰으로써 국민들의 들끓는 비난여론을 무마해 나가려는
자구책이 아니냐는 것.

정치자금은 사회통념상 기업과 개인으로부터 특혜의 대가로 거둬들이는
비리성 자금 또는 후진성 검은 돈이라는 색채가 강한 용어인 데 비해 통치
자금은 대통령이 정당한 통치행위를 위해 최소한 요구되는 비교적 양성적인
돈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또 법적으로 통치행위가 일반 행정행위와 구별되는 국가행위로서 법원의
사법적 심사대상에서 제외되는 행위라고 규정되는 것처럼 통치자금도 이와
비슷한 법적해석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안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통치행위를 사법적 행위에서 제외된다는 판례를 확립하고
있는데 통치자금의 조성 및 사용도 통치행위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지
여부는 검찰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전실장의 계산된 단어선택은 우연이 아니라는 점에서 통치
자금의 성격규명도 수사못지않게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