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주도하는 상품의 이미지를 뒤늦게 모방하지 말라''는 것은
마케팅의 기본이다.

적어도 1위를 하고 싶다면 말이다.

이미 소비자들의 마음속엔 주도상품의 강렬한 이미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면 셰어를 역전시키기 위해선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성동격서''전략은 그중의 하나다.

컬러TV 셰어 변화는 이같은 뒤집기의 전형을 보여준다.

올 상반기 컬러TV의 셰어는 삼성(38.6%) LG(37.0%) 대우(13.7%) 아남
(10.6%)의 순을 보였다(각사 증감원 제출자료 기준).

물론 각사주장은 좀 다르다.

증감원 제출숫자도 각사가 상대를 의식해 제출한 진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 37.5%의 셰어로 FMF 1.4%포인트 앞섰던 삼성은 LG와의 격차를
벌려 40%의 셰어에 육박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LG는 지난해의 열세를 따라잡아가고 있어 올해는 93년의 1위고지를
다시 탈환할수 있다고 자신한다.

어쨌든 지금은 삼성이 앞서있는 상태로 삼성이 그동안 쓴 마케팅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1월 삼성은 전자파차단에 초첨을 맞춘 바이오TV를 시판했다.

화질이나 음질로 승부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마케팅포인트는 부가기능인 ''환경''.

''선도자의 이미지를 모방하지말라''는 마케팅 원칙을 지킨 것이다.

삼성의 전략은 적중했다.

당시의 ''환경바람''을 타고 바이오TV가 큰 히트를 친것.

이는 결국 컬러TV의 마케팅 포인트를 일순 부가기능으로 불고 가는 전기가
됐다.

경쟁사들도 부랴부랴 그린(음이온.금성)과 세이프(전자파차단.대우)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게 실수였다.

삼성의 진짜 전략은 이제부터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각사의 마케팅 전략이 전부 ''환경''쪽으로 옮아갈 무렵 삼성은 화질과
음질을 강조한 명품TV를 시판했다.

상대방을 유인한 뒤 원래 공략하고자 했던 마케팅포인트로 회귀한 것.

그러니까 ''바이오''는 상대방의 시야를 흐리게 하는 ''안개작전''에 불과
했던 셈이다.

1년여에 걸친 치밀한 전략은 삼성의 셰어를 ''다소열세''에서 ''다소우세''로
뒤집어 놓았다.

컬러TV시장은 기본기능 경쟁으로 ''원위치''됐지만 셰어는 이미 역전된
뒤였다.

일관된 마케팅 전략의 중요성이 돋보인 ''한판싸움''이었다.

<이의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