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환율이 90엔대를 넘어서자 국내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종전에 달러당 엔화환율이 90엔대수준을 보였던 것은 지난 2월말경입니다.

그때 국내시장에서의 달러당 원화환율은 7백70원선이었지요" 이는
외환당국자가 개인적인 견해를 전제로한 말이다.

그러나 최근의 달러가치에 맞춰볼때 원화는 7백70원선이 적절하지 않겠냐는
정책당국의 "의지"로 비쳐질수도 있다.

외환시장에선 이런 감이 확산되면서 이미 환율이 오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말 7백88원선이었던 달러당 원화환율은 올들어 지속적으로
하락(원화절상)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7백56원을 기록한 이후엔 다시 상승(절하)추세를
보이고 있다.

월초에는 통상 수입결제수가 많아 원화가 내림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으나
8월초에는 이례적으로 환율이 오르고 있다.

현재 외환시장의 분위기는 이처럼 앞으로 환율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연말까지 "7백70원~7백80원선"으로 상승할 것으로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바로 지난달까지도 연말에 7백40~7백50원까지 내려갈 것이란 견해와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환율이 오를 것으로 보는 근거는 여러가지다.

우선 올들어 국제금융시장에서 폭락세를 보이던 달러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초엔고로 지난 4월 한때 70엔대에 진입하기도 했던 달러는 최근들어 다시
90엔대를 회복했다.

달러화가 안정세를 보일 경우 국내외환시장에서도 영향을 받아 원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이란 시각이다.

물론 이같은 국제시장의 동향보다 외환당국의 "의지"가 국내시장에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게 현실이다.

7백70원선을 적정환율로 얘기하는 정책당국의 생각이 변하지 않는한 환율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당국이 나서 시장을 움직이기에는 국내 외환시장이 너무 커졌다"
(허고광한국은행국제부장)의 말처럼 당국은 외환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일을 가급적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환율은 "냄비환율"로 일컬어진다.

당국의 직접 개입없이도 당국의 생각이 시장에 잘 전달된다는 뜻에서
쓰이는 말이다.

따라서 당국의 생각이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설명이다.

최근 재계에서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위한 환율 마지노선이
7백70원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정부의 의지를 환율절하쪽으로
가져가게 하는 요인이라는 분석되고 있다.

환율이 오른다해도 오르는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문병수조흥은행외화재무팀장은 "최근 환율이 절하추세를 보이는 것은
주식투자한도확대에 따라 지난달 중반까지 급속히 유입됐던 달러자금이
지난달 후반부터 주춤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올들어 6월까지 계속 빠져나가던 외국인주식투자자금은 7월들어
14억4천8백만달러가 순유입되었다.

특히 중순까지 집중적으로 유입되면서 원화를 강세로 몰고갔다.

그러나 7월 하순부터는 유입속도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어 원화환율이 다시
제자리를 찾고 있다는 있다는 설명이다.

문팀장은 따라서 "환율은 당분간 7백60원안팎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환율의 장기적인 전망은 경기의 흐름에 영향을 받게된다.

경기가 좋을때는 환율이 강세로 돌고 경기가 꺽기면 환율도 약세로
전환된다.

심광수산업은행부총재보는 그래서 "최근들어 경기가 정점을 지나고 있는
추세여서 다른 변수가 없다면 환율은 기조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외환시장주변에선 지금의 환율수준이 일단은 바닥권이라는 견해가
많은 편이다.

7백60원선을 기준으로 조금씩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