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TV가 하반기 국내 가전업계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3천여대에 머물렀던 와이드TV 판매가 올들어선 5월말 현재
1만여대를 뛰어넘은 것.

이 속도대로라면 연말까진 3만여대에 육박해 지난해 판매량의 10배를 넘을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덩달아 LG 삼성 대우등 가전사들의 와이드TV 개발경쟁도 한층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간 와이드TV 시장의 확대 가능성을 확신하지 못하던 가전사들이 마침내
이의 "잠재력"을 인식하기 시작한 셈이다.

1-2개의 보급형 모델에 주력하던 과거의 판매방식에서 소형 중형 초대형
모델을 모두 갖춘 "풀라인업 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것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국내 업체중 가장 먼저 "와이드 비전"이란 36인치 와이드 TV를 선보였던
LG전자는 상반기중 보급형 28인치와 초대형 46인치 프로젝션 타입을 잇달아
신제품으로 내놓았다.

이어 하반기중에는 중소형 모델인 24인치와 20인치를 개발해 명실상부한
와이드 TV의 풀모델 체제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들어 36인치 와이드TV를 단종한 대신 더블스크린 방식의
32인치급과 28인치급을 개발, 시판중이다.

또 지난달엔 국내 최소형인 24인치급을 새로 내놓았으며 8월중엔 46인치급
초대형 와이드 프로젝션 TV도 선보일 방침이다.

와이드 TV의 가격파괴를 선언하면서 1백만원대 와이드 TV(28인치)를
판매중인 대우전자 역시 올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20인치에서 36인치까지
의 5개모델을 집중적으로 내놓는다는 전략이다.

아남전자도 올해말 28인치급 와이드 TV신제품 개발을 시작으로 32인치와
24인치급 제품을 잇달아 시판할 계획이다.

올해 와이드TV의 시장 규모는 일반TV시장(연간 2백20만대)에 비교하면
턱없이 작다.

이처럼 왜소한 시장에 가전업계가 경쟁적으로 매달리는 이유는 다름아닌
"성장 잠재성"이다.

"올해를 고비로 와이드 TV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돼 2000년 경에는 기존
TV를 완전히 몰아낼 것"(김상용 대우전자 TV영업기획팀장)이라는 판단이다.

국내보다 4-5년 앞서 와이드TV 수요가 일기 시작한 일본의 사례도 이같은
낙관적인 전망에 한몫하고 있다.

일본은 와이드TV가 보급되기 시작한 91년 이후 매년 1백% 이상의 판매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전체 칼라TV의 30%인 3백30만대를 와이드TV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
된다.

마쓰시타 쏘니등 일본 TV메이커들은 올해 와이드TV 생산 비중을 50%까지로
확대할 계획으로 있다.

가전업계는 와이드TV 시장 확대의 전제조건인 국내 방송여건(소프트웨어)
에도 별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미 와이드 방식으로 전송되는 영화전문 케이블 TV가 있는데다 오는 8월
무궁화위성이 발사되면 와이드 방송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중 KBS(한국방송공사)가 와이드방식의 위성파 시험방송을 시작
할 계획으로 있어 와이드TV 대중화를 위한 분위기는 무르익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문제는 HD(고화질)TV의 상용화가 멀지 않은 상황에서 와이드TV가 "틈새
상품"으로서의 생명력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것.

정부는 빠르면 오는 98년부터 HDTV시험방송을 시작할 계획으로 있으며
2000년대 초반부터는 국내에서도 상용화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HDTV의 보급이 예상보다 빨라진다면 와이드TV의 설자리는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된다.

또 현재 일반TV에 비해 30-45% 가까이 비싼 가격도 업계가 넘어야 할 산.

"아직 소프트웨어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은 잠재소비자를 축소시킨다"(김경식 LG전자 TV마케팅팀장)는 지적이다.

가전업계로선 이같은 "아킬레스 건"의 해소가 와이드TV 시장 확대의 관건인
셈이다.

와이드 TV가 포화상태에 빠진 TV시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의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