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인트 앤드루스GC(스코틀랜드) = 김흥구기자 -

제124회 영국 오픈 최종일경기(한국시간 24일 새벽)에서 존 데일리와
코스탄티노 로카(이탈리아)가 4라운드 합계 6언더파 282타로 동률선두를
기록, 4홀 연장전에 돌입했다.

데일리는 이날 버디3 보기2개로 1언더파 71타를 쳤다.

<>.제124회 영국오픈 3라운드경기가 벌어진 22일 이곳 세인트앤드루스GC
올드코스 로드홀(17번홀,파4,461야드)에서는 기막힌 행운의 샷,거의
기적같은 샷이 터져 나왔다.

주인공은 이날 7언더파 65타의 "전혀 예기치 못한 스코어"를 낸
마이클 캠블(25.뉴질랜드). 로드홀에서 캠블의 세컨드샷은 그린을
파고 들어가 있는,저 유명한 로드벙커에 빠졌다.

볼이 굴러 들어간 것 까지는 좋은데 그 볼은 홀컵쪽 벽면에 붙어
버렸다.

그 벽면은 사람 키가 넘는 높이에 거의 수직형태. 볼과 벽과의
거리는 불과 70cm쯤 됐다.

탈출의 길은 왼쪽이나 뒤로 돌아 나오는 것 밖에 없어 보였다.

그러나 캠블은 그린쪽을 향해 비스듬히 서서 웨지의 로프트를 최대로
눕힌채 샷을 했다.

거기서 "기막힌 행운"이 연출됐다.

볼은 벽면을 맞고 튀어 올랐다.

벽면 맞고 다시 벙커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벽면맞고 튀어 올라 그린에
안착한 후 홀컵을 향해 구른 것. 볼은 홀컵 60cm쯤 붙었고 캠블은 거기서
"기적같은 파세이브"를 했다.

"벙커샷이 다시 떨어졌으면 라이가 더 안좋았을테고 3-4타는 순식간에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샷하기 전에 벙커에서 보니 누군가가 빙그레 웃고 있었다.

"자,한번 쳐 보시지"하는 것 같았다. 정말 대단한 행운이었다"

<>.캠블의 운은 이날 그와 같았다.

보기없이 버디만 7개 잡았고 3라운드합계 9언더파 207타의 2타차
단독선두. 아마 국내독자들은 마이클 캠블이란 이름을 처음 들을
것이다.

그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유럽도 같을 것이고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무명중 무명이라 할수 있는 캠블이 65타를 쳤고 "무너지는게 당연한
17번홀"에서 기사회생했으니 얘기가 되는 것이다.

캠블은 예선을 거쳐 출전했다.

지난해 유러피언투어의 상금랭킹은 무려 208위(상금총액 4,462파운드).
그는 92년 호주아마추어챔피언을 거쳐 93년 프로가 됐고 93호주투어에서
1승이 있다.

바로 호주 사람들이나 그를 알고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캠블이 최종일의 압박감을 어떻게 견딜지 모르지만 만약 성공한다면
그는 "유럽투어의 존 데일리","대양주의 신데랄라 골퍼"가 될 것이다.

<>.그러나 캠블의 뒤에는 숱한 이름들이 도사리고 있다.

2타차의 단독2위에는 유럽투어의 중견 코스탄티노 로카(37,이탈리아)가
있고 3타차의 단독 3위에는 미투어 5승경력의 스티브 엘킹턴(호주)이
자리 잡았다.

이들보다 "무서운 인물들"은 4타차(합계 5언더파 211타의 공동 4위
그룹)로 추격중인 어니 엘스(남아공),코리 페이빈,존 데일리(이상 미국)
등 메이저 우승 경력자들. 톰 왓슨도 5타차로 여전히 "찬스"는 있는
셈이다.

아마 이들 메이저챔피언들은 캠블의 단독선두에 "의미있는 웃음"을
짓고 있을지도 모른다.

베테랑보다는 25세에 프로3년차인 캠블의 몰락 가능성이 더 많다는
생각에서이다.

<>.캠블의 로드홀 환희뒤에는 "로드홀 몰락"의 쓰라림도 흔했다.

존 데일리는 17번홀에서 아이언으로 친 티샷이 왼쪽 억새풀속으로
들어가며 더블보기를 범했고 스티브 엘킹턴과 일본의 도모리 가스요시
(공동 4위)도 보기를 결코 피하지 못했다.

물론 로드홀은 이번대회 핸디캡랭킹 1위홀로 평균 스코어는 3라운드까지
4.59타였다.

반면 가장 쉬운 홀은 18번홀(파4,354야드)로 평균 스코어는 3.69타.
대회 최종일 승부는 로드홀에서 망하지 않는 것과 18번홀에서의
버디여부로 판가름 날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