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융업계는 지금 내우외환에 놓여있다.

투자금융사들이 내년 7월부터 종금시장에 뛰어드는게 "외환"이라면
이제까지 취급해온 투자신탁업무를 최악의 경우 빼앗길수도 있다는
점이 "내우"이다.

15개 종금사 사장단의 긴급총회가 소집된 지난 10일 낮12시 서울
팔레스호텔 2층 중식당 서궁.

"종합투자금융회사로 간판을 바꿔다는 것도 문제지만 종금사의 투신
업무 존폐건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H종금C사장) 증권관련산업 개편과
관련,종금및 투신업계간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종금사의 투신업무
취급문제가 예상대로 불거져 나왔다.

그러나 종금사의 투신업무 취급여부는 아직 "글쎄요"상태다.

딱부러지게 정부방침이 서지 않은 채 종금업계와 투신업계가 첨예하게
대립,"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선발 6개 종금사들이 70년대 설립 때부터 취급해온 투신업무는 고객들
로부터 받은 돈으로 공.사채를 사서 굴린 뒤 실적에 따라 돌려주는
공사채형 수익증권영업이다.

94년3월말 현재 이들 선발 종금사의 투신잔액은 1조8천억원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5%안팎이다.

또 종금사의 수익구조에선 2%를차지할 정도로 미미하다.

하지만 지난해 지방투금사에서 전환한 9개 후발 종금사중 영남종금과
삼양종금등이 투신영업요건(납입자본금 3백억원)을 갖추는 등 투신업에
곧 뛰어들 태세다.

또 내년 7월 종투사 간판을 달게 될 서울 8개 투금사등도 투신업무
취급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투신업이 전면허용되면 종투업계의 투신매출액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증권사에게도 투신업무를 허용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때문에 공사채형및 주식형 투신영업을 독점하다시피해온 8개 서울.지방
투신사에겐 "경쟁자 저지"비상이 걸려 있다.

지난달 2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재정경제원에 보고한 증권관련산업
개편에 관한 중간보고서중 "종금사의 투신취급여부 검토" 부문을 보자.

1안 : 종금사가 직접취급하지 않고 투신자회사를 세워 허용.

2안 : 선발 종금사에겐 직접취급하게 하되 투신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
직접겸영금지.

즉 선발사에겐 현행대로 하는 방안과 자금운용전문의 자회사를 만들어
판매와 운용을 이원화하는 안등 2가지다. 또 후발 종금사등 새로 뛰어들
회사는자회사로만 취급하도록 돼있어 불리한 입장이다.

이에대해 선.후발 종금사 모두 현실적으로 투신자회사를 세워 투신업무를
한다는 건 무리라며 현행대로 회사내에서 취급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본금이 3백억원이나 드는 별도의 투신회사를 설립하는 것도
경제적인 면에서 무리인데다 설령 단독 또는 컨소시엄으로 자회사를
만든다해도 2백여개의 전국점포망을 갖춘 투신사와 경쟁해서 게임상대가
될 수 없지요"(영남종합금융 최정덕상무).

종금업계는 투신업무 문제는 기득권보호 논리보다는 장기적인 금융산업
개편 구도에서 사안에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종금과 증권등 제2금융기관들을 미국등 선진국처럼 투자은행으로
유도한다는 금융당국이 막상 투자은행 업무와 가장 유사한 투신업을
종금사에서 빼앗는 다는 건 정부의 방침과도 정면배치됩니다"
(한국종합금융 민경양이사).

하지만 투신업계는 고객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선 투신업무는
단기금융등 다른 업무와의 겸업형태가 아닌 전업형태로만 이뤄져야
한다는 대응논리를 내세워 반박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 이원희상무는 "정부가 증권관련 기관에 투신업무를
허용하더라도 사내겸업(IN HOUSE)금지원칙을 고수하는 세계적인
추세를 무시하는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종금.투신업계간 대립은 오는 14일
증권거래소에서 열리는 증권관련산업개편 공청회에서 또한번 열띤
공방이 펼쳐질 예정이다.

< 정구학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