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이봉구특파원 ]남북간 북경회담이 합의에 도달함에 따라 일본정부도
대북쌀지원을 위한 구체적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정부는 이날 남북간의 합의발표가 있자마자 관계각료회의를 열어 대북
쌀지원방침을 공식 확정하고 북한측의 대표단을 초빙해 쌀지원에 따른
구체적 협의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따라 북.일간의 협의도 곧 합의에 도달할 전망이어서 빠르면 한달안에
북한으로의 쌀수송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현재 20만t이상의 잉여미를 요코하마등 주요항구에 이미 옮겨놓은
상태다.

일본정부는 보유중인 잉여미중 최대 55만t까지의 지원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측이 요청한 최소 30만t이상이란 조건을 충분히 충족시키는 물량이다.

일본정부는 또 국교관계가 없음에도 불구, 북한측이 희망한 대여대신 매각
형태를 취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북.일간 협의는 북한측의 사정이 다급한 만큼 별다는 문제없이 합의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따라 일본내에서의 관심은 벌써부터 북일국교정상화교섭문제로 촛점이
옮아가는 양상이다.

일본에서는 이번의 쌀지원이 국교교섭에 큰 도움을 주리라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협의의 과정에서 양측간 단절됐던 채널이 다시 재개될 수밖에 없고 더구나
일본은 베푸는 입장 에 있기 때문이다.

일본정부가 대북쌀지원문제와 관련 정부간 직접협의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도 국교교섭을 크게 의식한 때문이다.

그러나 북.일간 국교교섭이 과연 순조롭게 진행될지 여부는 속단을 불허
한다.

양측간에 쌓여있는 많은 현안들이 거의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과 미국을 중심으로 협상이 진행중인 핵개발의혹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대한항공기폭파범인 김현희씨에 대한 일본인교육담당자로
알려지고 있는 이은혜씨문제도 남아 있다.

과거 식민지지배에 대한 보상문제를 둘러싸고도 북한과 일본은 큰 의견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전승국으로서의 대우를 주장하는데 반해 일본은 일반적손실에 대한
배상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90년 조선노동당과 일본의 자민 사회당사이에 발표된 3당선언에 기초한
전후보상문제에 대해서도 양측의 의견차는 크다.

북한으로서는 이번의 쌀지원은 이같은 문제들과는 별개로 어디까지나
인도적차원의 문제에 불과하다고 강조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양측정부의 입장을 감안하면 국교교섭은 이전보다 훨씬 "우호적"인
분위기아래 진행될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일본과의 국교정상화를 경제난과 고립을 벗어나는 계기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고 일본도 취약한 정권이란 이미지를 벗기위해
대북한외교에서 기필코 한건 을 올리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