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노라하는 골프광 4명이 어느날 다음과 같이 의견일치를 봤다.

"하루에 3라운드,54홀을 돌자. 그야말로 골력(골프실력),체력,심력,
담력의 종합 테스트이다.

그러나 54홀만 돌고 끝나면 어딘가 아쉽다. 화끈한 뒷풀이로 그날
골프를 분석하며 주력까지 테스트하자. 55홀을 하자는 얘기다"

그 55홀은 각기 다른 골프장에서 치고 전동카를 타는 곳은 제외하는
것으로 원칙을 정했다.

코스가 달라야 의미가 있고 걸어야 의미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들은 지난 5월의 어느날 "수단 방법" 안가리고 수원근처의 3개골프장에
시간배열을 해서 부킹을 했다.

6월로만 들어가도 무더위에 힘겨울 것으로 생각됐기 때문에 D데이를
5월말로 잡은 것이다.

다음은 주인공 4명의 D데이 하루전 상황.

- A씨 그는 전화도 스피커폰으로 받았고 모범택시를 타고 다니며 볼일을
봤다.

운전하고 전화받으며 팔 근육을 소모시키지 않겠다는 의미. 손톱,발톱도
정성들여 깍았고 골프숍을 돌며 "가장 편안한 골프화"도 여벌로 준비했다.

- B씨 D데이 3일전에 그는 일본출장을 갔고 하루전 오후에 돌아왔다.

일본 바이어의 요청에 따른 급작스런 출장이었는데 내용은 "오더의
추가"였다.

그는 추가물량생산을 위해 오자마자 대구로 내려가야 했고 두세시간
대구에서 눈을 붙인후 D데이 당일 새벽 골프장으로 직행해야 했다.

"본인 초상"이외에는 골프에 "노"가 없는 철칙의 그였지만 대단히
무리한 스케쥴이었다.

- C씨와 D씨. 그들은 체력이 걱정됐다. C씨는 일주일전부터 집에서
식사하며 체력관리에 들어갔다. 물론 좋아하던 술도 삼가했다.

나이가 가장 많은 D씨는 최근들어 부쩍 몸이 안좋은 느낌이었기 때문에
내심 "다 돌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아니면 평생 "55의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아내를 비롯한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강행키로 했다.

<>.핸디캡이 8에서 13사이였던 4명은 핸디캡 적용없이 3라운드
스트로크플레이로 우승자를 가리기로 했다.

사정이 어떠하건 그들은 내심 "계산"을 하며 우승을 노렸다.

"55에는 체력안배가 중요하고 특히 첫라운드를 잘쳐야 2,3라운드의
기운이 생긴다.

첫번에는 그저 가볍게 툭툭치고 심리적으로도 몰락하지 말아야 한다.

가능한한 연습스윙도 하지 말자" 대개가 이런 작전을 머리속에 그리는
양상이었다.

드디어 D데이. 그들은 새벽 5시30분 첫샷을 날리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그들은 54홀을 완주했다.

당초 4시간으로 잡은 첫라운드 소요시간이 4시간 20분이 걸려 양말
갈아 신을 틈도 없이 "총알이동"을 했지만 10시경의 2라운드와 오후
2시45분의 3라운드를 극히 빡빡하게 시간에 댔다.

우승은 B씨였다.

그는 첫라운드에 74타의 베스트스코어를 기록,"모두의 행복을 일찌감치
깨버린 배반자"가 됐다.

<>.55홀의 자리에서 표출된 공통의 소감은 "정말 기분 좋다"였다.

많이 도는게 기록은 아니지만 흔치않은 도전을 했다는 흡족함은
분명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의 입에서 "해가 긴 한여름의 하루 72홀"이 제기됐다.

이에대한 의견은 반반."3라운드에서 보니 제대로 스윙이 안되더라.
안되는 스윙을 가지고 72를 하는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가 반대측
이유였다.

그러나 며칠후 전화가 오가기 시작했다.

"72홀! 그것도 한번 해보지" 이정도면 "못말리는 골프광"으로서
합격인가,불합격인가.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