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게임시장에 구축돼온 "삼성-세가" "LG-3DO" "현대-닌텐도"의
3각 제휴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삼성 LG 대우 현대등 국내 전자4사가 전자게임사업 주도권 확보를 위해
"파트너 바꾸기"를 물밑 추진하고 있어서다.

이 회사들은 사업확장을 위해 기존질서(사간 협력관계) 따위는 무시할
수도 있다는 태도다.

대우그룹이 게임사업 신규진출의 일환으로 서울시내에 전자게임장을
설립한다는 테마파크 설립계획을 세우고 세가에 협력을 타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예다.

세가는 삼성과 3년이상 전자 게임분야에서 협력관계를 맺어온 회사.

대우가 삼성을 제치고 그 회사에 "짝짓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삼성은 LG의 3DO에 추파를 던지고 있다.

세가와의 "국내동거"를 청산하고 3DO에 "재가"할 수도 있다는 말을 흘리고
있는 것.

말하자면 해외 대형업체들을 끼고 전개돼온 국내 전자게임산업이 "짝짓기
2라운드"에 돌입했다는 얘기다.

"짝짓기 2라운드"는 삼성전자와 일본 세가, LG전자와 미국 3DO의 기존
협력구도가 흔들리면서 시작됐다.

삼성은 일본 세가와 손잡고 추진해오던 테마파크 사업을 최근 보류했다.

기술이전문제에 대해 양측의 의견이 엇갈려서다.

삼성은 대신 3DO를 매입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3DO는 미국 AT&T 타임워너 일본 마쓰시타등 주요 전자 영상 통신업체들이
공동출자해 만든 첨단 게임기 전문업체.

LG가 1천만달러를 투자한 회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3DO는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부진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데다
주요 출자자인 AT&T가 지분의 전량을 내놓기로하는 등 내홍에 빠져있다.

3DO는 이에따라 회사매각이나 보유기술의 판매라는 극단적인 정리작업을
준비하고 삼성등에 회사매입을 의뢰했다.

삼성은 이 회사를 사들이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

LG는 일본 마쓰시타 네덜란드 필립스등과의 협력체제 구축을 신중히
모색하고 있다.

3DO의 64비트 게임기 제조기술을 3사가 공동매입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는 것.

이 경우 "LG-마쓰시타-필립스"라는 "한 지붕 세 가족"의 새로운 제휴관계
가 형성된다.

이처럼 국내외업체간 전자게임분야 전략적 제휴를 놓고 이합집산이
빚어지고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국내업체로 보면 기술도입문제가 가장 큰 이유다.

전자게임산업은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비즈니스"라고 불린다.

오락 영화 CD(컴팩트디스크)등이 종합된 영상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16비트에서 32비트로 그리고 64비트로 멀티미디어의 핵심인 동화상
을 전송하는 기술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그래서 이 분야는 멀티미디어의 관문으로 통한다.

이 사업을 위해서는 첨단전자기술 확보가 절대적 요건인데 이 부분 협력이
원활치 않은 것.

삼성이 3DO 매입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따지고 보면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해외 업체로 보면 세가 3DO 닌텐도 등 "빅3"는 국내 시장을 뚫기에 유리한
업체를 새롭게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세가가 삼성과 협력하고 있으면서 대우와도 파트너관계를 물색하는 것이
좋은 예다.

양측에 모두 추파를 보내 "혼수"가 많은 쪽과 "결혼"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런 국내외업체간 짝짓기 2라운드가 국내 게임기산업 판도는 물론
전반적인 멀티미디어산업 구도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은 뻔하다.

게임기를 통해 사업의 중심축을 "가전"에서 "멀티미디어"로 옮기겠다는게
국내업체의 생각이어서다.

"게임기 분야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차세대 사업"(삼성전자 김건중
멀티미디어실장)

"게임분야에서의 낙후는 미래사업의 실패를 의미한다"(LG전자 김성우상무)
고 이들 회사는 설명하고 있다.

국내업체들의 새로운 해외파트너십 모색은 그러나 해외 "빅3"의 "몸값"만
올려놓고 있다는 비판도 없지않다.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과정에서 경쟁사들의 기존 파트너를 빼앗고 보자는
식의 이전투구로 흐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게 세가와의 파트너십을 놓고 삼성과 대우가 보이고 있는 "러브
콜"보내기 경쟁이다.

세가측은 아직 어느 쪽에도 마음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컨대 국내기업간 짝짓기 싸움이 치열해지면 질수록 "제휴 코스트상승"
이란 비용만 높아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조주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