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이 서울시장후보로 정원식전총리를 추대하려던 당초 방침을
경선쪽으로 급선회하게된데는 무엇보다 경선신청자인 이명박의원의
강력한 반발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이의원은 추대방침이 굳어져가자 "경선은 당 스스로 국민에게 약속한
원칙"이라며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탈당과 무소속출마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해왔다.

당지도부는 이런 이의원의 뜻을 대수롭지 않은것으로,또 입지강화를
노린 단순한 정치적 제스처로 보아넘기려 했다.

그러나 이의원의 경선주장이 민주당 서울시장후보경선이후 여론의
힘까지 업고 의외로 힘을 받아가면서 당지도부가 곤경에 몰리게
됐다.

여기에 이의원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서울시장선거전이 정전총리
조순전부총리 박찬종의원과의 4파전으로 전개될 경우 "민자 필패"라는
결과에다 향후 여권의 국정운용에도 큰 부담이 예상된다는 청와대측의
진단이 가세해 경선으로 물줄기를 되돌려놓게된것. 김대통령이 직접
정전총리를 "낙점"한 터라 김대통령에 부담을 주지않고 경선쪽으로
선회하는 방법상의 문제는 당사자인 정전총리가 경선을 전격 수용함으로써
해결됐다.

정전총리의 경선수용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청와대의 의중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지난주말 이의원을 만나 "진의"를 타진했던 김영수청와대민정수석
은 탈당불사입장이 확고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김대통령에게
전했고 김대통령은 이날저녁 한승수비서실장을 통해 이의원에게
경선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와 당지도부가 경선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명분이나 이의원의
반발외에도 "김심(YS)"의 지원을 받고있는 정전총리가 경선에서
무난하게 선출될 것으로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길수 있다면 경선을 통해 후보를 부각시키자는 결론을 내렸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정전총리가 경선에서 패할 경우 김대통령의
지도력에 심대한 타격이 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그같은 결과가 나왔을 경우 집권중추세력인 민주계로서는 향후의
정국운용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진다는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여러사정을 감안할때 당내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여권핵심부의
뜻이 지구당위원장들을 통해 선거인단에 전달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럴경우 정전총리는 압승은 못하더라도 당선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당내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의외의 결과가 나올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는 인사들도
더러있다 .이의원을 지지하겠다고 거의 공개적으로 밝히는 청장년층
대의원들도 적지않다.

특히 8백여명에 불과한 민주당 선거인단과는 달리 1만3천여명에
달하는 서울시장후보 선거인단이 과연 "김심"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줄지는 미지수라는게 이들의 전망이다.

민자당 서울시장후보경선은 그 "뚜껑"을 열기전까지는 전혀 결과를
예측할수 없는 대접전이 될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어쨌든 집권여당의 서울시장후보 경선자체는 우리 정치사에 큰 획을
그을 행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 규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