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그룹 전현직 임원들의 중견그룹행이 잇따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연말이후 주요 대기업그룹 임원인사가 대충 마무리 됨에 따라 이들
그룹으로 부터 "자의든 타의든" 물러난 임원들이 재계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는 중견그룹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는 것.

이들은 대개 2-3직급씩 "승진"돼 영입되는데다 중견그룹에선 핵심 포스트를
맡아 "숨은 실력"을 발휘하고 있어 이같은 추세는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6일 발표된 거평그룹 임원인사에서도 "대기업 출신" 영입 임원이 2명이나
눈에 띄었다.

이날 거평개발 대표이사 전무로 영입된 위성백씨는 삼성그룹 계열사인
한국안전시스템 이사대우 출신.

또 거평유통 상무로 들어온 이동규씨도 원래는 신세계 부장 출신으로
그랜드백화점 이사를 거쳐 이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로써 거평그룹엔 작년에 영입된 양수제대한중석사장등 4명을 포함,
"구삼성맨" 임원이 6명으로 늘었다.

이는 나승렬거평그룹회장이 이날 임원회의에서 "거평은 앞으로 삼성그룹을
벤치마킹해 경영혁신을 해나갈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삼성을 "짝사랑"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올들어 현대중공업의 한유동전무가 성우종합건설 사장으로 옮겼고
(주)선경의 유철웅전무도 해태상사 사장으로 말을 갈아탔다.

이밖에 중견기업인 (주)갑을의 이강세사장 김용삼부사장 육종근상무등도
모두 (주)선경출신 이다.

이는 90년대 들어 급성장하고 있는 신흥그룹들이 대기업에서 검증된 전문
경영인에 대한 수요를 급속히 늘리고 있는데다 경우에 따라선 대기업그룹들
이 감량경영에 나선 것과도 무관치 않다고 재계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재계의 한관계자는 "대기업 그룹 출신 임원들이 이제 막 커나가는 중견
기업으로 옮기는 현상은 그들의 대기업의 앞선 경륜과 경영노하우를 국내
산업게에 전파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며 "더구나 과거처럼 중소기업을
창업해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대기업 출신들이 중견기업으로 이동
하는 경우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