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설"이 무성하게 나돌았던 대우그룹의 사업구조및 인사개편 조치는
왜 15일에야 확정.발표된 걸까.

재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문이다.

당초 대우그룹은 1월말이나 2월초 구조개편.임원인사를 동시 단행할 것
이라고 밝혀왔었다.

도대체 무슨 속사정이 있는 걸까.

그러나 대우그룹측은 속시원한 설명을 않고 있다.

대우그룹은 구조개편 사실을 "남의 집 잔치인양" 종이 몇조각에 담아 돌리고
말았다.

과거 삼성이나 현대그룹이 사업구조를 개편하면서 했던 공식 기자회견같은
자리도 만들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실무자들은 "답답하다"는 말만 거듭하고 있다.

뭔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라고 재계에선 쑤근대고 있다.

재계는 그 "뭔가"가 정부와의 네고(흥정)였을 것으로 보고있다.

정부쪽에서 대우그룹쪽에 사업구조 개편에 대해 일정한 "주문"을 했을
거라는 관측이다.

대우가 그런 "주문"에 대해 입장을 정리하느라 구조개편이 계속 늦어졌을
거라는 얘기다.

정부의 주문이란 "탈선단식 경영을 구체화하라"는 요구였을 것으로
보고있다.

정부는 과거 삼성과 현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주문을 했었다.

그러나 그 "강도"가 대우에 대해선 무척 셌다는 후문이다.

정부, 특히 청와대측은 김우중회장이 JP신당과 연계될 것이라는 정가루머에
몹시 신경을 썼다고 한다.

JP신당의 핵심 실무주역으로 참여한 김룡환전재무장관과 김회장간의 "각별한
"관계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92년 대선때도 김회장은 야당후보를 지지해 현 김영삼정부와는 불편한
관계를 초래했었다.

청와대는 최근 대우그룹에 경남기업인수에 따른 세금 손비처리를 불인정키로
했었다.

대우조선 자구노력 의무를 이행치않은 (주)대우에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강공 카드"도 내밀었다.

현대그룹에 대해 금융제재조치를 담보로 삼아 "구조개편 훈수"를 뒀듯이
대우그룹에도 "훈수"를 세게 뒀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정부와 대우그룹간에 "어느 선까지 구조개편을 해야 만족할
만한지"를 놓고 치러진 흥정이 진통을 겪으면서 자꾸만 개편조치가
늦춰졌다는 분석이다.

단적으로 2월초 김회장이 청와대에 "호출"을 당했었다고 한다.

지난 6일에는 한리헌청와대 경제수석이 김회장을 재차 만났다고 전해진다.

여기에다 대폭적인 인사에 따른 진통까지 맞물려 구조개편은 계속 미뤄질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재계와 정부일각에서는 개편이 늦어진데 대해 또다른 분석도 하고있다.

대우그룹이 "청와대 입맛에 맞게" 대폭적인 구조개편을 하는만큼 일정한
"반대급부"를 요구했다는 관측이다.

그에 대한 청와대측의 "보장"이 확실치않아 흥정이 늦어졌을 거라는 얘기다.

그게 뭔지는 알려져있지 않다.

다만 경남기업이나 (주)대우 과징금건 해결같은 "피라미"는 아니었다고
한다.

최소한 삼성그룹의 승용차진출이나 현대그룹의 금융제재 해금같은 "큰놈"을
놓고 흥정이 벌어지지 않았겠냐는 관측이다.

어쨋든 대우그룹의 "늦깎이 구조개편"을 놓고 재계의 쑥덕공론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이학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