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주식 3차입찰 결과가 "과열"로 판가름 남으로써 정부보유재산
매각방식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돈 놓고 돈 먹기"식의 투기판으로 온국민을 몰아넣어서야 되겠느냐는
비난이다.

증권계를 비롯한 금융계에선 이번 입찰이 투기로 치달은 것은 무엇보다
재정수입만을 염두에 둔 정부의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전반적으로 증권시장이 호전되는 상황에서 가격이 높은 응찰자부터
낙찰시키는 방식을 채택,원천적으로 과당경쟁을 피할수 없게 돼있었다는
얘기다.

정보에 어두운 투자자들은 정확한 판단보다는 군중심리에 휩쓸리기
마련이어서 재정수입만을 고려한 정부의 의도대로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 입찰에서 상대적으로 정보분석능력이 강한 법인들은
개인들보다평균낙찰가격이 높으면서도 최고응찰가격은 개인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아 "무지한" 개인투자자들이 무모한 도전을 감행했음을 엿보게
했다.

증권가에선 2차입찰때 2일이었던 입찰기간을 이번에 4일로 늘려놓은
대목도 가격을 올리는데 일조를 한 것으로보고 있다.

신청 첫날인 7일엔 대체로주당 4만원선에서 신청을 했으나 2~3일이
지나면서 응찰가격이 높아졌고 마지막말인 10일 마감직전 신청분은
대부분 5만원언저리라는 게 국민은행측의 설명이기도 하다.

입찰자들의 눈치작전 기간이 길어지면서 불안감이 증폭됐고 그 결과가
입찰가상승으로 나타났다는 말이다.

이같이 투자자들의 눈치작전이 확산되면서 사채업자들까지 가세,
입찰가격상승을 자극하기도 했다.

입찰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서울명동의 사채시장에서 주당4만8천~5만원선
에 한국통신주식을 거래,가격을 부추켰다는 지적이다.

물론 투자자들의 지나친 낙관도 큰 요인이 된 것만큼은 틀림없다.

증권업계에선 투자자들이 한국통신과 유사한 업종인 이동통신이나
데이콤 주식의 가격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동통신은 1년전 15만원에서 최근엔 63만원대로 올랐고 데이콤주식은
12만원대에서 움직여 기대를 높여놓았다는 것이다.

자본금이나 사업성격에서 오히려 국민주인 한국전력이나 포항제철과
유사한 점이 많은 한국통신을 떠오르는 업종인 "통신사업"만으로
이해하지 않았느냐는 설명이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이번 매각은 공모주방식이 됐어야 한다고 주장
하고 있다.

어차피 상장될 주식이고 내년에 공모될 때 공모가가 주당 3만원내외가
될 것이기 때문에 지나친 경쟁을 피하도록 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대해 매각주체인 재무부측은 "투자자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긴
결과였을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한국통신의 장래를 낙관적으로 보고있는데다 전반적으로
풍부한 시중의 유동성과 내년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
했다고 밝히고 있다.

같은 방식을 썼던 지난 1차입찰땐 오히려 미달이 돼었는데 시장이 좋아져
경쟁률이 높아졌다고 "투기조장"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박이다.

재무부의 한 관계자는 이미 실패로 확인된 국민주방식을 쓸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증시지지의 성격을 가진 공모주방식으로 전량을
소화할 수도 없어 이미 예고한 대로 희망수량 경쟁입찰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어쨋거나 일반인과 기업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재테크에 나서게한
이번입찰은 매각자의 편의와 능률만을 고려했다는 지적을 피할수 없게
됐다.

지난달말 상장과 동시에 가격이 급락해 물의를 빚고있는 일본 JT
(일본타바코산업)민영화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사례로 기록되게 됐다.

정부재산 매각이 국민들이 건전하게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 될수 있도록
새로운 대안이 모색돼야한다는 얘기다.

<정만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