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쾰른대성당에서 동쪽으로 놓여있는 라인강위의 호헨졸른다리를
따라 걸어서 15분쯤 거리에 자리잡은 쾰른메세.이곳에서는 2년에
한번씩 전세계 광학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큰 장이 선다.

포토키나( photokina )박람회가 그것이다.

이기간중에는 쾰른시내에 있는 6만5천개 호텔객실의 예약은 대부분
2년전에 끝난다.

호텔투숙비는 평소보다 30~40% 비싼 박람회레이트가 적용된다.

네덜란드 거상들은 라인강을따라 유람선을 몰고와 박람회장 근처에
정박시키고 투숙객을 끌어들이기도 하고 박람회장에서 거래를 하기도
한다.

올해 포토키나박람회는 지난 9월22일(현지시각)부터 1주일간 열렸다.

이번 박람회에는 한국 미국 영국 독일등 41개국에서 1천5백50개업체가
참여했다.

참가업체중 56%가 독일이외 국가의 회사들이었다.

포토키나박람회에는 카메라 쌍안경 가전제품 멀티미디어 앨범등
영상과 관련된 제품은 모두 출품된다.

이가운데서도 포토키나박람회의 하이라이트는 카메라 쌍안경등의
광학제품 전시장이다.

14개 전시관중 카메라와 쌍안경업체들은 교통수단이 가장 많은 곳에
위치한 1동과 2동을 배정받는다.

광학업체들은 포토키나박람회에 신제품을 선보이기위해 2년을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박람회에 출품된 카메라의 큰 흐름은 디지털방식제품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필름없이도 사진을 뽑아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디자인은 복고풍스타일로 회귀하고 있다.

검은색계통의 몸체스타일중심에서 60년대말~70년대초를 주름잡았던
금속성재질을 띤 제품으로 바뀌고 있다.

다만 과거 제품이 금속이었다면 올해 선보인 카메라는 티타늄 플라스틱코팅
가죽을 소재로 금속질감을 살린게 특징이다.

카메라의 디지털화는 일본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일본 니콘 코닥 올림푸스브로니카사등은 올해 포토키나박람회에서
필름없이도 작동되는 일안리플렉스카메라를 각각 선보였다.

디지털카메라는 전자기술의 결정체로 피사체의 영상을 전화선을
통해 사무실에 있는 주컴퓨터에 보낼수 있다.

디지털카메라는 그동안 해상도가 떨어지는게 흠이었지만 이번에
출품된 일본제품들은 고해상도를 자랑하고 있다.

전송된 사진을 최대 70장까지 자동보관및 편집도 할수 있어 보도용
카메라로 적격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지난 20년동안 변함없던 카메라몸체의 색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수 있었다.

일본 미놀타,펜탁스,야시카,캐논,우리나라의 삼성항공등 세계 유명카메라업
체들은 흰색계통의 금속질감을 느끼게 하는 제품을 일제히 내놓았다.

삼성항공 캐논 펜탁스 미놀타등은 플라스틱에 코팅처리방식으로,야시카는
티타늄을 소재로,올림푸스는 가죽을 소재로 금속질감을 살린 제품을
각각 선보였다.

이들 제품은 기능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금속질감으로 고급스럽다는
인상을 갖도록해 가격은 기존제품보다 높게 책정되고 있었다.

올해 박람회에 참가한 우리 업체들은 엔고 영향으로 몰려드는 수주상담에
즐거운 비명을 울렸다.

박람회장에서 만난 유무성삼성항공부사장은 "국산 카메라의 품질이
일본제품과 대등한데다 엔고에 힘입어 우리회사의 4배줌카메라는
유럽및 미주시장에서 일본의 비슷한 기종보다 가격을 1백달러정도
높게 붙여 놓았지만 현지 대리점들은 물건을 달라고 아우성"이라고
설명했다.

삼성항공은 4배줌카메라로 카메라의 노벨상으로 평가받는 유럽영상음향협회
(EISA)및 유럽영상전문기자협회(TIPA)가 주는 "올해의 최우수카메라상"을
동시에 수상하면서 전시장내에 마련된 상담실에는 바이어들의 상담예약이
줄을 이었다.

"피에르 카르댕"상표를 붙인 쌍안경을 출품한 아이엠씨의 권정일사장은
"외국전시회에 참가해야 장사가 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밝히고
"이번 박람회에서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등지의 회사들로부터
쌍안경주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역시 쌍안경 제작업체인 산주는 "엔고영향으로 일본제품을 취급하던
전문수입상들이 가격을 못맞춰 박람회기간중에도 우리회사를 자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박람회에서 성가를 거둔 국내업체들은 2년후에 더 넓은 부스를
배정받기위한 주최측과의 상담에 바쁜 일정을 쪼개기도 했다.

< 쾰른=김호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