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하루짜리 콜금리가 최고 연19%까지 치솟은 30일의 단기금융시장혼란을
월말의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할수 있으나 하반기 통화운용의 전도가
그다지 밝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고있기 때문이다.

이날 단기금융시장이 뒤틀린 것은 말그대로 단기현상으로 볼수 있다.
콜금리가 급등했음에도 시장실세를 반영하는 대표금리인 회사채유통
수익률은 연12.71%로 전일보다 0.01%포인트 떨어져 콜금리급등의 의미가
미미하다고 판단할수도 있다.

그러나 콜금리가 급등한 요인의 하나가 은행권의 긴축적인 자금운용
이라는 점에서 금융시장의 전도를 불안하게 보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사실 이날 은행들은 투자금융회사에 대해 당좌대출이나 콜등을 통한
자금공급을 줄였다.

문제는 은행의 긴축적인 자금운용이 한국은행의 창구지도에 비롯되고
있으며 그같은 창구지도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은행들은 기업에 대한 당좌대출 가계대출및 유가증권투자등 이른바
민간여신을 자제하라는 한은의 요구를 받아왔다. 지난 28일 유시열 한은
이사주재로 열린 시중은행자금당담임원회의도 이같은 요구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자리였다.

이자리에서 유이사는 특히 은행의 가계대출증가를 지목하면서 민간여신이
너무 많이 늘어 통화관리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가능한 한 억제"를
요청했다.

한은의 이같은 요청은 은행들에 상당한 무게로 전달됐다. 이에 따라
일부은행들이 가계대출은 물론 기업에 대한 당좌대출도 최대한 억제했다.

기업에 대한 당좌대출을 한도의 50%이내로 억제하라는 지시를 전지점에
내려 보낸은행도 적지 않다.

한은의 민간여신억제방침은 하반기에 해외부문의 통화증발이 예상되고
재정에서 자금공급이 많아질 것으로 보여 민간여신을 줄일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하반기중 새로 공급할 10조원의 자금중 해외부문에서 터지는 자금이 절반
(60억달러정도예상)에 달할 전망이어서 민간여신공급여력이 극히 적은
편이다.

그런데도 은행들은 이같은 한은의 정책판단에 아랑곳없이 가계대출을
대폭 늘리고 당좌대출도 넉넉히 공급함으로써 한은이 의도했던 통화
관리에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다.

이처럼 사정이 다급해지자 한은이 자금담당임원회의까지 열면서 다시
한번 민간여신억제를 "지시"하고 나섰고 그 여파로 은행들이 여신창구를
좁히면서 이날 콜금리급등의 한요인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은행권의 민간여신창구는 상당히 빡빡해질 전망이다.
한은은 민간여신을 지나치게 늘려 지급준비금(지준)을 못쌓는 은행에
대해서는 지준적립을 도와주지 않고 벌칙금이라도 물릴 태세다.

한은이 이날 만기가 돌아온 환매채(RP)1조3천억원어치를 모두 다시
규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로인해 은행의 민간여신창구조이기는
상당기간 계속될 것같다.

그파장은 여러가지로 나타날 전망이다. 우선 종합통장대출등 자동대출
형식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과 은행과의 마찰이 일것이다.

조흥은행의 경우신용카드회원에게도 종합통장대출로 1천만원까지
빌려줬으나 최근 회원이라 하더라도 일정기간을 거치고 연체사실이 없는
사람에게만 선별적으로 대출토록 규제를 강화한 것을 봐도 고객과 은행
간의 마찰을 예상할수 있다. 기업역시 당좌대출을 한도의 일정수준이하로
밖에 쓸수없게 돼 은행과의 승강이를 벌일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변화는 점차 시장실세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연12.7%대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회사채유통수익률
이 점차 상승기류를 탈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한은은 8월12일 만기가 돌아오는 투신사에 대한 특융중
8천5백억원을 회수(투신사고유계정)하면서 같은 금액만큼 통화안정증권을
상환해줌(투신사신탁계정)으로써 투신사신탁계정에서 상환받은 자금으로
회사채매입에 나서게 되면 실제 수익률은 별로 오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럼에도 은행권의 민간여신축소가 시장분위기를 점차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는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