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흘전 연19%를 넘어섰던 하루짜리 콜금리가 이날 연10%대로 떨어졌다.
자금시장관계자들조차 어리둥절 할 만큼 큰 폭의 금리등락은 어디서 촉발
됐는가.

가장 큰 원인은 지준적립에 대한 은행의 안이한 대응이었다고 한은은 보고
있다. 은행들이 지준부족상황을 예상했는데도 대출을 늘렸고 유가증권투자
를 확대했다는 것이다.

물론 은행들은 지난 2월의 무리한 통화채발행이 방아쇠였다고 주장한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2조1천억원어치의 통화채가 2금융권에 발행돼 이들의
자금이 메마르고 그과정에서 은행의 당좌채출쪽으로 수요가 몰려 자금부족
이 일어났다고 강조한다.

보는 주체나 각도에 따라 다른 것처럼 이들 원인은 사실상 동전의 앞뒤면과
같은 것이다.

통화채발행규모나 시기도 적절치 않았고 그로인해 은행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 지준부족이 발생, 콜금리 연19%대를 몰고 온것이다. 기업의 자금
수요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 이같은 금리급등이 있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물론 한은이 지준관리를 예전처럼 완화했더라면 금리폭등은 사전에 막을수
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물가가 불안한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안정만을
생각하기도 어려웠다. 더구나 지난 7일 지준마감일을 앞두고 한은이 은행들
에 대해 몇차례 철저히 준비하라고 당부했음에도 일부 은행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한은으로선 그냥 넘어가기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결국
지준마감일이 임박하면서 안이하게 대처했던 은행들이 금리를 따지지 않고
자금을 끌어당겨 콜금리 19%대를 몰고온 것이다.

2월하반월의 지준마감일인 지난 7일까지의 현상이었다.

그러나 이날 콜금리는 연10%대로 낮아졌다. 불과 사나흘전만 해도 연19%
대였다. 급락한 셈이다. 이는 지준마감일이 지났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준
마감일이 지난 8일 환매채(RP)를 통해 은행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적은 2조
9천5백30억만 규제했다. 은행이 대출을 늘려 지준부족이 날때는 벌칙성으로
다스릴 예정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지준을 무리하게 관리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한은은 현재 금리가 급등할 요인이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업의 자금
수요가 크지 않다는 전제에서다. 물가안정을 위해 통화관리를 강화하더라도
금리를 희생시킬수도 없다는 판단을 갖고 있다. 은행들이 지준대비만
제대로 한다면 당분간 콜금리를 비롯한 시장금리가 폭등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이때문에 지준부족을 자력으로 해결하지 못할 상황을 사전에
막을수 있도록 절제있는 자금운용이 중요하다고 한은은 강조하고 있다.

한은은 2금융권의 자금사정이 나아지고 그로인해 싼 자금이 2금융권에서
기업으로 공급돼 기업이 다시 은행빚을 갚아나가는 이른바 자금의 선순환이
다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자금의 선순환이 어떻게 정착되고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이나 일단
금리의 안정세는 분명해 보인다고 한은은 밝혔다.

그러나 단기간의 금리급등락으로 기업이 자금계획을 세우거나, 은행이
여수신금리조정하는 문제로 혼선을 겪었다. 기업의 자금수요도 크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가 그네 처럼 위아래로 크게 움직이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게 기업이나 은행자금담당자들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