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특별세 신설방안이 확정됨으로써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타결이
결국 국민들의 조세부담 증가로 현실화 됐다.
앞으로 국가전체의 수출이 얼마나 늘고 소비생활이 어느 정도나 윤택해
질지는 모르지만 당장은 농민들은 시장개방에 따른 심리적 피폐감을,
기업과 일반국민은 늘어난 세부담만을 느끼게 됐다. 특히 어디에 얼마나
쓰겠다는 용도도 정하지 않은채 세금만 더 내도록 요구해 납세자들의
호응이 제대로 따라줄지가 의문이다.

농특세의 취지는 UR협상 타결에 따른 농어촌의 어려움을 분담한다는 것.
그래서 그동안 세금감면 혜택을 받아왔거나 상대적으로 세금을 더낼
여력이 있는 부문, 또 신경제5개년계획에서 앞으로 세부담을 늘려
나가기로 돼있는 부문에다 세금을 매기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조세감면
규제법에 의한 기존의 감면대상과 세금우대저축가입자 법인세 증권거래세
경주마권세 취득세등의 납세자가 고통을 분담할 대상자로 선정됐다.

사실 농어민에게 경제적인 배려를 해야한다는 원칙에는 이견을 달기
어렵다. 그러자면 재원이 필요하고, 그 재원은 수입이 고정적인 세금이
가장 안정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농특세는 "연간 1조5천억원"이라는 숫자를 맞추느라
그동안외쳐온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우격다짐으로 뒤틀어 버렸을
뿐 아니라 UR협상과 전혀 관련이 없는 납세자에게 까지 부담을 강요함
으로써 설득력을 확보하지못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한마디로 정치논리에 밀려 조세논리가 실종되고 말았다는 말이다.

우선 UR협상 타결로 이득을 보는 대상을 선별해내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정작 농산물을 수입해서 차익을 남기는 수입업자는 이번 농특세
과세대상에서 빠졌다. 국내외가격차는 농안기금이나 축산물발전기금으로
흡수하게 돼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대신 재력이 있는 계층에게 부담이 돌려졌다. 증권이나 경마에
투자하거나부동산을 취득하는 사람등이다. 이들은 그래도 능력이 있을
터이니 그렇다 수도 있다. 하지만 몫돈을 만들기 위해 세금우대저축을
들었던 근로자들도 UR협상이 타결됐으니까 세금을 더 물라는 데는
얼른수긍이 가지 않는다.

또 조세감면축소 역시 그간의 논리를 뒤집었다. 신경제계획에서
각종감면을 줄여가겠다고 한 것은 물론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의
설비투자나 기술개발, 중소기업등에 대해선 세제지원이 줄어들지
않도록 한다는 것 역시 신경제계획의 지침이다. 이번에 감면축소
대상에는 이들이 모두 포함됐다. 창업중기는 말할 것도 없고 농어민의
중요한 농외소득원이 되고 있는 농공단지 입주기업에 대한 감면까지
줄여버렸다. 농어민지원이라는 원칙 조차 살리지 못한 꼴이다.

법인세율 인상도 정부로써는 할말이 없게 돼있다. 금융실명제 실시로
과표가양성화되는 점을 감안해 내린 2%포인트의 세율을 시행도 않해보고
이번에 다시 올려버려 세율인하를 2년간 유보시켰다. 이번 조치로 전체
10만개 법인중 2만개가 법인세를 연초예상보다 더 물게 됐다.
조세감면축소 까지 포함하면 기업의 세금부담이 연간 7천~8천억원이
늘어나게 됐다. 그만큼 비용부담이 늘어나고 가격경쟁력이 저하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밖에 취득세에 대한 농특세 부가는 "거래과세는 줄이고 보유과세를
강화해야한다"는 재산과세 원론조차 무색하게 만들었다. 또 기존세금
우대저축의 세금감면을 줄이면서 한편에선 개인연금저축과 장기주택
마련저축 등 새로만든 저축상품에 대해선 세제지원을 추가하는 우도
빚어졌다.

물론 농특세 자체가 고육지책이었다. 만인이 수긍하는 세원을 찾는
다는 것도사실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왜 그만한 돈이 필요한지도
모르는 세금을, 그것도 가능하지도 않은 "개방불가"를 외친 정치권의
책임을 국민의 세금으로 때우겠다는 데 조세저항이 일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