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 출범첫해인 지난 한햇동안 청와대의 ''독주''에 밀려 제대로 날갯
짓 한번 크게 해볼수 없었던 정치권이 새해에는 과연 어떤 판을 짜나갈까.
정치는 살아움직이는 생물체와 같아서 연제 어떠한 돌발변수에 의해 얼마
만큼 변모할지 누구도 장담할수 없지만 새해정치일정만을 놓고보면 그 판세
를 어느정도 가늠해볼수 있다.

우선 신년 정국의 최대변수는 김종필 민자당대표체제의 존속여부와 지방
자치단체장 선거준비전으로 압축된다.

지난연말 대폭 개각에 이은 민자당직 개편때 가장 큰 관심을 끈 대목은
김대표의 사표제출여부였다. 당총재인 김영삼대통령은 김대표를 유임시키고
당3역을 경질하는 것으로 그쳤다.

당시 김대표측은 이런 논리를 내세우며 사표제출 운운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당대표자리는 당3역과 같은 임명직이긴 하나 최고의사결정기구격인 전당
대회에서 인준을 받아야 하는 ''정치적'' 자리라고. 또 김대통령과 김대표는
3당합당때 일정지분을 보장토록 확약한 사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렇게 보면 김대표의 정치적 운명은 전당대회의 향방과 김대통령의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그 전당대회가 바로 올해 5월이면 열린다. 김대통령이 이때 내미는 ''카드''
에 따라서는 김대표구도가 굳어질수도 있고 김대표시대가 막을 내릴수도
있다.

이에대한 김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인지는 아직은 그야말로 어느누구도
알수 없다.

다만 김대표체제로는 내년초 실시될 자치단체장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민주계의 목소리가 드높다는 것을 김대통령도 잘 알고 있는 것
으로 감지되고 있다.

민주계에서는 지난연말 개각때 청와대와 정부쪽을 김대통령의 사람들로
포진시킨것과 마찬가지로 당도 전당대회를 계기로 ''우리사람'' 주도로
바꿔 보자는 계산을 하고 있다.

이때문에 민주계는 3당합당이후 철저히 계파안분원칙을 지켜온 김대통령
이 전당대회를 ''거사일''로 잡아주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특히 민주계에서는 김대표구도가 무너지더라도 민정/공화계가 이에 반발
해 당을 깨고 나가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여권생리에 젖어온 이들의 행태를 감안해볼때 ''적수공권''을 의미하는
집단이탈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이다.

그렇지만 김대통령으로서는 아직은 김대표카드를 대신할만한 확실한
민주계카드를 정하지 않은것 같다. 또 민주계 실세중의 한사람을 대표로
내세웠을때 레임덕이 빨리 올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적어도 이번 전당대회
까지는 김대표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게 다수의 관측이다.

올해는 민주계 내부사정도 만만치않을 조짐이다. 이른바 ''포스트 YS''
를 겨냥한 파워게임이 본격화될 것이란 얘기다. 그런만큼 전당대회를
분기점으로 최형우내무장관 김덕룡 전정무1장관 서석재 전의원 등 민주계
가신그룹트로이카의 우열도 서서히 드러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어느 한사람이 결코 독주하게끔 내버려두지 않는 김대통령 특유의
용인술을 염두에 두고보면 이들의 각개약진과 함께 세불리기를 겨냥한
민주계와 민정계 실세중진간의 합종연형 움직임도 새해정국의 중요한
변수가 될듯싶다. 최내무와 김윤환의원, 김전장관과 이한동의원과의
접근설이 그 대표적인 예로 그 결합의 강도에 따라서는 당대표자리는 물론
''차기''의 향방도 어느정도 점칠수 있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집권여당의 내부사정이 복잡다기하게 돌아가는 것 못지않게 새해에는
당정관계도 상당히 껄끄러운 마찰음을 낼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특히 경제정책의 일관성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민자당의 갈등이 전에
없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여권관계자들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성장론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정재석경제팀과 ''안정론''을 강조하고
있는 이세기당정책위팀간에는 불협화음이 날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당장 연초부터 공공요금인상문제를 놓고 인상요인을 억지로 묶어두는
것보다는 그때그때 올리는 것이 낫다는 정부와 물가오름세 심리에 크게
영향을 주는 만큼 인상은 가급적 억제돼야 한다는 당의 논리가 맞서 일대
격돌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