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정재석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이 전경제팀이 벌려놓은 일에 대해
사사건건 "일단 재검토"를 선언하면서 제동을 걸고 있다. 이미 관계부처
간에 협의를 마친 사항이나 경제장관회의까지 열어 결정한 법안까지 재검토
또는 보완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28일 김영삼대통령에게 보고하기로 돼있던 94년도 경제운용계획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데 이어 이경식 전 부총리가 마지막 경제장관회의에서
의결한 "정보산업기반조성에 관한 법안"도 보류됐다. 정보산업 기반 조성에
관한 법안은 정부총리도 교통부장관으로서 경제장관회의에서 의결권을 행사
했던 법안이기도 하다.

이처럼 정부총리가 명백하게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외에도 사실상 내용이
달라질지도 모를 정책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미 만들어진 방안이 그에게
는 보나마나 불만스러울 것이라는게 기획원 관계자들의 말이다.

때문에 전장관이 만든것이니 그대로 하더라도 부분수정이 불가피할것들이
많을 게다. 공기업의 민영화와 통폐합등 경영개혁방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에 발표된 1차개혁에 이어 내년에는 2차개혁작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총리의 "기존정책 제동"은 신임 경제팀장으로선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겠다는 것으로 볼수있다. 아직 업무보고조차 받지 않은 신임 부총리
로서 전임자가 만들어놓은 정책을 차근차근 살펴보겠다는 것은 극히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14년만에 경제부처로 돌아온 그에게 이미 확정된 방침이니
사인하라는 관리들의 태도가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제부처관리들은 물론 민간기업인들도 다소 당혹해하는 느낌이다.
예고된 정책으로 인해 피해가 예상됐던 기업에선 "차라리 백지화하라"고
목청을 높일 수도 있다. 업종전문화정책도 그중의 하나다. 항간에는 정
부총리가 업종전문화정책을 수정할 것이라는 밑도끝도 없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본인이 이를 부인했는데도 말이다.

기획원관리들조차 정부총리가 사사건건 재검토를 지시하는 진의를 몰라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기존 정책에 대한 불만인지,오랜만에 돌아와서 공부
를 해보려는 것인지,아니면 힘과시인지 분간할수 없다는 얘기다.

과거에는 경제장관이 바뀌면 경제정책도 바뀌는게 보통이었다. 안정화시책
이 하루아침에 긴축정책으로 둔갑하는가 하면 그 반대로 되기 일쑤였다. 그
결과 국민과 기업들은 혼란을 맛보기도 했다. 정보에 빠른 기업들은 그틈에
특별 이익을 누리기는 했을 것이다.

과거 이런 정책운용에 길들여진 기업들은 장관이 바뀌었으니 정책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을수도 있다. 다만 걱정이 있다면 정책에 대한
신뢰성에 금이 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박영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