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잘되는 업종''과 ''안되는 업종''이 그 어느해보다 뚜렷이 엇갈
렸다. 산업별 명암이 극명하게 드러난 한해였던 셈이다.

자동차와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 철강등은 물건이 없어 못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출과 내수부문 모두에서 1년내내 호황을 누린 반면 섬유
신발등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자동차는 연말까지 사상최대
규모인 63만8천대를 수출할 전망이다.

전기전자는 수출실적이 2백20억달러로 12.1%의 증가율을 보였다. 내수
도 지난해의 부진을 벗어났으며 특히 반도체부문수출이 60%나 증가, 밀려
드는 주문을 다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철강도 내수부문의
수요가 몰려 수출물량을 줄이고 있을만큼 호조를 보였다. 반면 신발은
수출실적이 21억달러에 그쳐 무려 26.9%나 줄면서 태광실업등 중견업체들
이 잇달아 부도 또는 도산의 비운을 맞아야 했다. 섬유는 그동안 안정된
성장세를 보였던 화섬부문마저 수요부진으로 감산에 들어갈 정도로 침체
의 늪이 깊어지고 있다. 섬유와 신발은 ''수출한국''을 지탱해 왔던 간판
상품들이다. 섬유와 신발산업의 퇴조는 우리 국제경쟁력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단적인 본보기이다.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엄청난 고용효과
를 창출했던 섬유와 신발의 침체는 나라전체의 고용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섬유와 신발이 침체상태로 빠지게 된데는 경공업부문을
도외시해온 산업구조조정도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사양산업으로 간주돼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을 당연시하는 풍토가 조성됐고 그러는 사이 기업들
은 하나둘씩 문을 닫게 됐다. 앞으로 어떻게 변신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 문 희 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