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세이퍼 미재무부 국제담당차관보의 갑작스런 방한은 한국의
금융시장개방일정에 쐐기를 박아두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막바지에
다다른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측의
실리를 최대한으로 확보해놓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세이퍼차관보는 이번 해외나들이에서 한국뿐아니라 일본 중국등
동남아시아국가도 "순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자간 협상인
UR협상과 함께 쌍무협상도 병행한다는 양동작전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세이퍼차관보가 3일 임창렬 재무무제2차관보와 가진 회담에서 내놓은
보따리는 크게 세가지. <>지난 6월에 발표한 "제3단계 금융시장개방계획
(블루프린트)"을 UR협상의 양허안에 포함시키고 <>외국인투자개방예시에
따른 개방일정에서 미국의 관심이 큰 해운교통서비스분야등 일부업종의
개방스케줄을 앞당기며 <>한국에 진출해 있는 기업및 외국은행의 자금조달
이나 영업등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라는 것등이다.

미국이 블루프린트를 UR협상에 삽입토록 요구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개방계획을 국제협약으로 묶어 확실히 이행토록 하겠다는 의도. 우리측이
제시한 개방속도와 범위등의 내용엔 큰 불만이 없는 만큼 제대로 약속이
이행되도록장치를 마련해 놓겠다는 뜻이다. 혹시 한국이 국내 경제사정을
이유로 개방일정을 변경하는 일이 없도록 국제협약으로 족쇄를 채워
놓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직접투자개방일정을 일부 앞당기도록 요구한 것은 정보통신등 미국의
경쟁력이 있는 부문에서 조기에 진출, 교두보를 확보해두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른나라들이 경쟁력을 갖추기전에 한국시장의 일정지분을
확보해두자는 것이다.

재무부관계자는 이와관련,"UR협상이 실패로 끝나거나 현재까지 합의된
것만 포함하는 축소타결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UR협상을 내세워
사전에 쌍무적인 실리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는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자간 협상을 통한 선진국의 이득이 미국보다는 일본등에게 돌아갈 것
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

이에대해 재무부는 5개년계획을 국제적인 다자간 협약에 포함시키는것은
관례에 어긋난다는 수용반대의사를 밝혔다. 다만 미국이 금융서비스
공정무역법안(일명 리글법안)을 제정하려는것은 국제적인 최혜국대우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미국이 리글법안을 유예하고 다른 나라들이 개방계획을
대폭 개선할경우 고려해 보겠다는 "조건부수용"의사를 전했다.

<홍찬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