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납지까지 요구하겠다 그건가요?" "그렇죠. 막부의 모든
영지(영지)를 천황폐하께 바쳐야 비로소 명실공히 막부가 없어지고,진정한
대정봉환이 이루어지는 거죠. 요시노부가 사관납지(사관납지)를 깨끗이
이행하는 게 곧 진정한 충성심을 내보이는 겁니다. 오늘 이자리에서 그런
결의를 해야 될 줄 압니다"
사관납지는 곧 요시노부로 하여금 두 손을 들고 항복하라는 거와
마찬가지였고,막부 세력을 뿌리까지 송두리째 뽑아버리겠다는 뜻이
아닐 수 없었다.

야마노우치는 분노가 아직 몸속에 남아있는 술기운을 타고 욱하고 치솟는
것을 어쩌지 못하여 버럭 목소리를 돋우어 냅다 마구 내뱉었다.

"오늘의 이 거사는 내가 보건대 매우 온당하지가 못해요. 음흉스럽기까지
하다구요. 지금 바깥에는 무장한 여러번의 군사가 조정을 둘러싸다시피
하고 있어요. 이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놓고서 국가의 새로운
정치체제를 일방적으로 요리하려고 들다니,말도 안돼요. 왕정을 복고하는
그야말로 경사스럽고 중요한 날에 이 무슨 상스럽지 못한 작탭니까.
왕정복고는 정정당당하게 이루어져야 된다구요. 제후백관(제후백관)과
만백성이 찬성하고 지지하여 축복을 보내는 가운데 성취되어야 한다
그말입니다. 그렇게 되어야 천하의 인심을 한데 모아 국난을
극복하고,새로운 황국을 건설해 나갈 수가 있다 그겁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일을 공평무사하게 추진해 나가야 돼요. 이렇게
어느 한쪽은 입궐도 시키지 않는 가운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식으로
해서는 결코 원만하게 일이 성취되지가 않아요"
장내는 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곧 터질 듯한 긴장감이
감돌았지만,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어서 숨들을 죽이고 듣고 있었다.

야마노우치는 훅-하고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며 약간 흥분을
가라앉히고나서 한결 무게가 실린 그런 음성으로 계속 늘어놓았다.

"도쿠가와막부는 비록 근래에 와서는 국난을 당하여 갈팡질팡하게
되었으나,근삼백년 동안 이나라로 하여금 태평성세를 구가하게 한 것만은
사실로서 인정해야 될 줄 압니다. 그런데 그 공로를 무시하고,하루아침에
뿌리까지 뽑아버리려고 든다는 것은 너무 매정스러운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대정까지 봉환한 마당에 말입니다. 대정을 봉환하여
권력체계를 천황 중심으로 개편하려고 하는 것만으로도 요시노부 쇼군의
충성심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나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