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테랑 프랑스대통령의 서울 나들이는 한 미담을 남겼다. 그 주인공은
우리의 고문서를 서울로 가져온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두 여직원이다.

그들은 서적이 우리쪽에 전달되던 마지막 순간까지 책을 껴않고 울면서
내놓기를 거부했다고 한다. 이러한 해프닝이 그들의 직업의식에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이른바 "서적광"인지는 우리가 상관할바 아니다.

그런데 우리들을 더욱 씁쓸하고 불쾌하게 만든 것은 나라사이의 약속에
의해 이루어진 그 반환에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공개적으로 항의하고
나섰다는 사실이다. 그 도서관의 출입구에는 "휘경원원도감의궤"가
"양도할수 없는 프랑스 국민의 재산"이라고 적힌 벽보가 나붙었다고 하니
참으로 놀랍고도 분노를 금할수 없다.

그도서가 1866년에 프랑스 군함이 강화도를 침고했을 때 우리의
국립도서관인 외규장각에서 빼앗아간 많은 문헌중의 한권임은 그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반환에 대한 항의 성명에서 그 반환이 "위험한 전례"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하며 미테랑도 서울에서 여직원을 설득할때
결코 "전례"가 되지 않을 것임을 역설했다고 한다.

문화재 반환이라는 "위험한 선례"를 프랑스는 분명 두려워할 이유가 있다.
르브르박물관이 자랑하는 미로의 비너스상을 손에 넣을때 프랑스는
함포로써 그리스를 위협했으며 중국 의화단사건(1900)당시 북경에 쳐들어간
프랑스군은 청조의 서고에서 많은 서적을 강탈했다. 루브르를 찾은
사람이면 그 소장품중 적지않은 것들이 인수 경로를 떳떳하게 밝힐수
없을것이라고 한번쯤은 생각해 보게된다.

1990년7월 바티칸도서관은 4백38년간 소장하였던 16세기 중엽에 저술된
약물학의 한 고전을 멕시코박물관에 반환하였다. 멕시코를 방문한 교황과
멕시코대통령간의 약속의 성과였다. 히틀러의 군대에 의해 한때 루브르를
유린당한 쓰라림을 맛본 프랑스가 바티칸의 좋은 전례를 따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