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게걸음을 치고있다. 종합주가지수 680~700의 박스권에서 매수와
매도가 팽팽하게 대치하는 힘의 균형상태가 생긴 것이다.

외형상 증시가 금융실명제실시 1개월여의 기간을 지내면서 투자심리의
안정을 되찾는 것으로도 보인다.

최근 한달여동안 종합주가지수가 660선으로 내려가면 어김없이 반등을
했다는 경험이 투자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증시가 내부의
기술적인 요인으로 실명제이후에도 단기적으로 주가하락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 하방경직성으로 손절매의 출회가
극소화됐고 "사자"쪽에서도 위안을 받았다.

한편으로 주가의 상승에도 일정한 "한계"를 그었다. 불투명한 실물경기가
걸림돌로 작용하고있다.

최근들어 주가가 장중에서나마 급등세를 보일때 거의 예외없이
경기부양조치루머가 따라 나왔다. 종합주가지수가 10포인트가까이
상승했었던 지난 20일 증권가에서는 경기부양책이 나올 것이라는 루머가
난무했다.

이는 경기회복 재료가 없는한 주가는 크게 뻗어 나가지 못한다는
투자자들의 현실인식을 역설적으로 반영한 현상으로 풀이 할수 있다.

대신증권의 김대송상무는 "비록 루머를 통해서나마 주가상승의 한계를
타파하고 싶다는 투자자들의 희망사항이 경기부양책루머로 표현된 것
같다"고 해석하고있다.

이처럼 증시안팎의 상황이 주가하락과 상승의 제한요인을 여느때보다 더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자연히 투자자들의 행동반경이 좁아지고있다.

여기에 실명전환 의무기한인 10월12일이후의 경제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지켜보자는 식의 관망자세를 유도하고있다.

기관투자가들의 움직임도 투신사의 매물공세가 시장을 흔들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뒤엎고 아직까지는 장세에 큰 부담을 주지 않고있다.

투신사의 보장형수익증권 만기도래에따른 매물처리가 큰 부작용없이
진행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 전용펀드가 매물을 상당량 흡수하고있는
데다 금융기관간의 자금흐름이 원활해져 증권사등 다른 기관투자가들이
최소한 주식을 급하게 처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증권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팽팽하게 수급균형이 이뤄져 있는 주식시장에
영향을 줄만한 최우선적인 변수로 금융기관간의 풍부한 유동성을 생각해
볼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채권수익률이 하락하고있기때문에 주식시장이
반사적인 이익을 얻는다는 전제아래 매수세가 다소 힘있게 나설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이 낙관적인 전망도 추석이후의 통화환수가 거의 매년 반복돼온
점을 감안하면 풍부한 자금이 주가를 끌어 올리는 금융장세에대한
기대감으로까지 연결시키기엔 무리가 있다는 제약요건을 달고있다.

이에따라 주식시장은 재료부재로 인한 다수의 관망속에서
신용거래투자자들의 단타매매로 발빠른 순환매가 일어나는 종목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가가 장중에 출렁거린 날에도 거래량이 2천만주선을 어렵게 넘기는게
요즘의 시장분위기이다. 그만큼 매도및 매수주문이 많지 않다는 증거로
주식시장의 기조가 새로운 진로를 선택하기 까지에는 꽤 시간이 걸릴
것임을 암시해 주고있다.

<양홍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