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재계의 관계개선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

박재윤경제수석이 지난27일 22개대기업그룹총수들과 만난데이어
7월2일에는 김영삼대통령이 30대그룹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회동할
예정이다. 김대통령 취임후 재계인사,특히 오너들과의 접촉을 극도로
기피해온 청와대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분명 주목되는 현상이다.
예상치못한 변화이기도 하다.

청와대가 그동안의 태도를 바꿔 재계총수들과의 접촉을 시작한것은 그만한
까닭이 있다. 침체한 우리경제를 살리기위해서는 정부와 기업간의
공감대형성이 절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게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함께 사정여파등으로 위축된 기업인들을 격려함으로써 재계가
신경제5개년계획에 적극 동참토록하겠다는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것으로
분석된다.

김영삼대통령은 취임 1주일만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기업인들에게
어떠한 정치자금도 받지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기업오너들과의 만남을
극도로 자제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자세는 일부 기업인들이 과거 정치권력과
유착,도덕성이 결여된 "특혜"를 향유해왔다는 기본인식에다 기업인들과
접촉함으로써 있을수있는 "엉뚱한 오해"를 받지않으려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김대통령은 그동안 방한한 베트남총리를 위한 만찬,한미재계회의
참석자들과의 오찬등 몇몇행사시 일부 재계총수를 만났을뿐 재계총수들과의
대화만을 목적으로한 일체의 공식 비공식행사를 갖지않았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런자세는 그 뜻의 순수함에도 불구,재계에는 엉뚱한
방향으로 전달됐다. 대통령의 재계인사기피가 기업사정과 연관된 것으로
해석되기도했다. 종래 잦은 대통령과의 대좌를 통해 정치의 흐름을 읽어온
재계총수들로서는 청와대와의 창구단절로 인한 "불안감" 또한 클수밖에
없었다. 이는 곧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진취적경영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청와대측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재계의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듯 하다.
박재윤수석은 얼마전 "기업인들이 꼭 대통령을 만나야 안심을 하겠다는
자세를 이해할수 없다"고 말하기도했다.

청와대가 기업인들을 어떤식으로든 격려해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행동에
나선것은 이달들어서부터. 수출회복 무드에도 불구,신규투자가 꿈쩍도
않는등 경제흐름의 왜곡현상이 심화되고있음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이 취임1백일 기자회견을 비롯 각종행사시에 기업인에 대한
격려성 발언을 자주한것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됐으며 박재윤수석의
지난27일 재계총수와 회동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박수석이 27일 회동결과를 "매우 유익했으며 업계의 말도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는것 같다"고 대통령께 보고함으로써 7월2일의
청와대회동이 전격 확정됐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청와대측에서는 여전히 재계총수와의 회동이 자칫 "엉뚱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깨끗한 정치구현"철학이 이로인해 흐려지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지금
시점에서 아무도 없는것 같다. 오히려 경제대통령으로서의 그의
"헌신"하는 자세를 더 높이 평가하는것이 경제계의 일반적인 시각으로
비쳐지고있다.

<김기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