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윤청와대 경제수석과 국내굴지의 기업총수 20명이 27일 회동한다.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의 이날 만찬회동은 박수석이 곧 발표될 "신경제
5개년계획"의 내용을 기업총수들에게 사전설명하고 협조를 구한다는 것이 공
식목적이다.
지난주부터 언론등 각계인사를 대상으로 펴오고 있는 신경제홍보계획의 일
환으로 이날 모임이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비서실의 이같은 "간단명료"한 배경설명에도 불구,이날 모임을
둘러싼 해석은 구구하다. 특히 재계쪽의 반응이 그렇다. 청와대쪽이 모임자
체를 쉬쉬한데다 새정부의 경제실세인 박수석이 직접 은밀히 연락해온 점등
으로 미루어 보다 중요한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가될 것으로 비쳐졌던 것이다

기업총수와 박수석의 회동계획소문이 재계쪽에서 나돈것은 지난25일. 박수
석은 25일오후 사실여부를 확인하려는 기자들에게 이를 공식 부인했다.
"계획을 세운적이 있으나 자칫하면 엉뚱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같아 준비
단계에서 취소했습니다" 그는 이어 "경제비서실에서 모임을 주관하는 것보다
는 전경련이나 대한상의의 초청을 받아 신경제론등에 관해 강의하는 것이 더
좋을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경제비서실은 26일오전 비서관회의를 열고 당초 세웠던 회동
계획을 다시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이미 대부분의 대기업총수들에게 연락이
취해진 상태여서 이를 취소하면 더 큰 오해나 뒷말을 듣게된다는 판단에서
였다. 이에따라 일부에서는 "투명성"을 강조해온 신경제 실세가 투명하지않
은 행동으로 관계자들을 혼란에 빠지게했다는 불평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그 배경이나 과정이야 어떻든 박수석과 기업총수들의 이날 회동은 나름대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여전히 불편한 것으로 느껴지고 있는 청와대와 재계의 관계를 보다 접
근시키는 계기가 될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경제에 관한 설명이 주목적이긴 하지만 이모임을 통해 경제현안에 관한
폭넓은 대화가 가능할것이기 때문이다.
새정부 출범후 재계총수들의 경제마인드는 위축돼 있는 상태이다.
사정한파에다 김영삼대통령이 기업인을 보는 시각이 결코 곱지만은 않다는
것이 기정사실로 되어있는 탓이다.
더구나 김대통령은 물론 박재윤수석도 지금까지 기업총수와의 만남을 극도
로 자제해왔다. 기업총수들로서는 새정부의 기업정책에 관한 보다 현실감있
는 설명을 들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막연한 불안"을 느낄수밖에 없는 충분
한 배경설정이 되어있는 상황인 셈이다.
박수석으로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기업의 신경제에대한 적극적인 이해와 참
여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인들이 갖고있는 불안을 해소케하는 동시에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날 초청된 기업인의 면면을 놓고 여러갈래로 해석들을 하고있
다. 정세영 현대그룹회장 정인영 한라그룹회장등이 빠진데 대해 정치문제나
사정여파등과 연관지어 풀이하는것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에대한 박수석의
입장은 분명하다. "주요 대기업그룹 총수에게 고루 연락을 했으며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다 참석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다만 정세영현대그룹회장의 경우 최근의 노사분규 수습에 바쁠것이기 때문
에, 또 정인영한라그룹회장은 몸이 불편한 점을 감안해 각각 초청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이건희(삼성) 구자경(럭키금성) 김승연(한화) 신격호(롯데) 이재준
(대림) 장상태(동국제강) 최주호(우성)회장등은 해외 출장중이어서 참석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청와대 경제비서실측이 주도한 이번 모임은 그 동기의 순수성은 인
정되나 형식이나 방법면에서는 문제가 없지않은 것같다.
특히 재계 총수를 일방적으로 소집하는 형태를 취한것은 문민시대에 걸맞지
않는 모습이다.
또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장관들이 해야할일을 굳이 경제수석이 나서서
그런 공식적인 대규모 회동을 가질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경제수석으로서는 차라리 사석형태로 몇명씩 만나 새정부의 경제정책을 홍
보하고 여론을 청취하는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으냐는 것이다.
한 경제관계자는 "바로 이런 작은일에서 새정부의 기업경시풍조 단면을 읽
게되는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재계는 문민정부출범이후 청와대경제팀장인 박수석과 주요 대기업그룹총수
들이 처음으로 모임을 갖는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이
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우리경제의 현안에 대한 재계의 입장을 직접 청와
대에 전달할 기회를 갖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이번 모임을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김영삼정부가 추진중인 신경제계획을 적극 지지한다는게 재계
의 기본입장이라고 덧붙였다.

27일의 만찬회동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그룹총수는 김우중(대우) 최종현
(선경) 조중훈(한진) 김석원(쌍용) 김선홍(기아) 박성용(금호) 박용곤(두산)
최원석(동아) 김중원(한일) 조석래(효성) 김현철(삼미) 현재현(동양) 이동찬
(코오롱) 김용산(극동) 박건배(해태) 김인득(벽산) 임창욱(미원) 김주진(아
남) 박용학(대농) 김상하(삼양사)회장 등 20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