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업은 엔고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초기에는 긴장과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지만 곧바로 대응책을 마련해 재도약의 전기로 활용하곤 한다.
이들은 일본경제에 거센 도전이 제기되었을 경우 오히려 국민경제 내지는
기업의 체질을 보다 강건하게 하는 계기로 활용함으로써 경쟁력의 강화,더
나아가 흑자의 증대로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기업들은 원고나 내수시장의 개방,경제 민주화등
경제환경이 변했을 때 능동적으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한.일기업간 이러한 대응력의 차이,즉 경쟁력을 재구축하는 능력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이는 한.일간 개별 산업의 발전구조가 서로 상이한
때문이다. 산업내부 조직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느냐에 따라 원가절감이나
기술력 제고 노력이 서로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데 양국간 위기관리
능력의 차이는 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간 산업발전구조의 상이성이 가장 뚜렷이 나타나는 분야가 자동차
산업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일본의 자동차 산업은 분할생산방식을 취하여 모기업인 조립기업은 조립및
핵심기술부문등 극히 제한된 부분만 담당하고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대부분의 부품류는 하청 계열기업으로부터의 조달방식을 택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상대적인 의미에서 일관생산방식을 취함으로써 부품류의
내재화 비율이 높다.

산업조립방식의 차이가 갖는 의미를 음미해 보면 내재화의 확대는 고도의
경영능력의 축적이 뒷받침되지 않을경우 경영체를 경직화시킴으로써
경영환경의 변화에 기민한 대응을 힘들게 한다. 이에비해 분할생산방식의
경우는 그 생산조직의 성격상 관련기업 상호간의 필요도를 높이므로 상호간
협력을 강화하지 않을수 없게 된다. 그리하여 조립 모기업은 자기자신의
품질향상,원가절감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보유 축적한 기술.경영기법을
하청.계열기업에 전파시키려 하며 그러한 필요의 연장으로서 이들
하청기업들과의 긴밀한 조직화와 이해조정노력을 강화시키게 된다.

일본 자동차산업의 이른바 조입기업을 정점으로 하는 중치적 하청조직을
살펴본다. 개별기업이 규모의 비대성에서 오는 경영의 경직성을 고려해
최적경영규모를 유지하면서 모기업은 1차하청업체에 대해,1차하청업체는
2차하청업체에 대해,2차업체는 3차업체에 대해서 경쟁적 하청관계를 갖고
있다.

이러한 생산조직이 갖는 특징은 모기업과 하청기업 상호간의 필요에
의해,기술개발 품질향상 원가절감을 위해 협력하면서도 일방적 발주.수주로
인해 빠지기 쉬운 정체성을 극복하는 "긴장적 협조관계"의 조직이라는
것이다. 이 조직은 내부의 자동적 메커니즘의 작동에 의해 끊임없이
기술개발 품질향상및 단가절감 노력을 추진할수 있다.

특히 엔고와 같은 코스트를 높이는 외적 환경이 발생하면 관련업계 전
조직은 생존적 차원에서 긴장적 협조체제를 강화하여 조직내 각 기업이
자발적으로 고통을 분담하는 식의 합리화를 추구한다. 경영위기의 극복은
물론 조직의 체질을 일층 강체질로 만들어 오히려 대외경쟁력을 제고시키는
것이다.

일관생산으로 되어 있는 우리나라 자동차산업도 기술과 품질향상및
원가절감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상대적인 의미에서 내재화의
확대에서 오는 경영조직의 경직성을 노정시키는 경우가 많다.
일관생산방식의 특질상 하청기업과의 협력체제가 약할뿐 아니라 일방적
발주.수주관계가 보편화되어 있어 생산 중단의 가능성은 물론 품질개선
원가절감을 위한 공조적 자구노력이 극히 미약하다고 할 것이다.

생산방식에 있어서도 일본은 도요타 자동차의 "간판방식"에서 보는
바와같이 수요에 맞춰 생산을 하도록 하는 "흐름의 생산방식"을
택하고있다. 이를통해 적절히 생산조절을 함으로써 재고증가에서 오는
생산코스트의 상승을 억제할수 있는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량생산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므로 수요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약하기때문에 원고등으로 인한 수요감소의 경우 각공정마다
재고증가를 초래해 원고에 더하여 재고코스트의 증가라고 하는 2차적
코스트압박을 발생시키게 된다.

환경변화에 대한 한.일산업의 대응력의 차이가 이들 요인만으로 다
설명될수 있는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측면의 차이가 가장 강력한
요인인것만은 부정할수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 산업이 보다 강력하고
안정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산업조직의 재편성이 불가피한것으로
생각된다.

후발국의 산업조직은 대체로 규모경제의 제고와 경쟁관계의 조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정책적협력이 독점적 경쟁체제로 나타나게
된다. 이 경우 경쟁기업간에 경쟁력 격차가 현격하면 적당한 시장분할에
의한 암묵의 담합에 안주하기 쉽다. 이 폐단을 제거하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보다 경쟁력있는 기업조직을 새로이 진입시켜 기존의 안정적
균형상태에 충격을 가하는 요법도 적극 고려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