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적 복지국가의 수정"
21일과 22일 이틀간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모인
EC(유럽공동체)정상들이 깊고깊은 침체의 수렁에 빠져 들고 있는
유럽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선택한 처방이다.

거기에는 비생산적인 복지비용을 줄여 산업경쟁력을 회복시키고 고용을
촉진함으로써 다음세기를 향한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한다는 장기적인
포석도 담겨 있다.

EC경제의 뒷걸음질은 날로 가속화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독일이
1.4분기에만 3.2% 마이너스성장을 한 것을 비롯 대부분의 국가들이
예상보다 훨씬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국만이 0.9%의
성장을 보였을 뿐이다.

물가도 독일이 목표치의 두배에 가까운 4%이상이 계속되는등 대부분
인플레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침체와 고물가라는
스태그플레이션현상을 뚜렷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존 메이저 영국총리가 "EC의 사회복지법안들은 이미 심각해진 각국정부의
예산적자에 견딜수 없는 부담을 가중시킴으로써 실업을 악화시켜 왔다"고
말한 것이나 헬무트 콜 독일총리가 "유럽의 늘어나는(생산)비용을 깎기위해
할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유럽경제회생책에 다른
대안이 없음을 시인한 것이다.

줄어들기는 커녕 계속 늘어나는 실업문제는 유럽경제의 최대 골칫거리다.
경기후퇴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지만 갖가지 사회보장제도로 지탱되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유럽의 실업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똑같은 경기부진을 경험하면서도 미국등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EC의
실업이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령 미국은 노동시장이 시장원리에 의해 운영됨으로써 경기침체로
늘어나야 될 실업이 실질임금 감소형태로 흡수되고 있다. 반면 유럽의
경우 최저임금은 꾸준히 상승하고 정부예산에서 지출되는 실업수당은
늘어나 실업자가 무위도식상태에 안주할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
80년대이후 미국은 3천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낸데 비해 EC는 겨우
7백만명의 고용만을 창출해 낸데서 유럽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알수 있다.
실업의 안주는 미국 실업자의 6%만이 1년이상의 장기실업자인데 비해
유럽은 거의 50%에 달한데서 드러난다.

또한 평균 기본급의 15%까지 부담해야 하는 고용주들의 사회보장부담금,긴
유급휴가기간,엄격한 작업환경기준,퇴직연금,장애인고용의무등은 생산비를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림으로써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돼 왔다.

EC정상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같은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인식,노동정책을 이제까지 고용유지중심에서 고용창출쪽으로 일대 전환을
시도했다.

또 공동선언문에서 당초안에 예정됐던 "사회보호 의무확인"문구를
삭제함으로써 정부나 고용주들에게 사회보장및 노동비용절감을 위한 대책을
추진할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유럽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독일경제의 악화에 있다. 유럽의
핵심공장인 독일의 경기회복은 유럽경제의 부활에 절대적인 전제조건이
되고있다. "2차대전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평가되고 있는 유럽경제의
침체가 89년 독일의 통일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독일의 금리인하는 독일과 유럽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필수적이다. 폭증하는 통독비용으로 팽창하는 통화량을 억제하기 위해
치솟기 시작한 독일금리는 유럽전체의 금리수준을 끌어 올림으로써
경쟁력약화는 물론 투자억제를 가져왔다. 재할인율의 경우 독일이
7.25%인데 비해 미국 3%,일본은 2.5%에 머무르고 있다.

EC정상들이 이구동성으로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코펜하겐에서 EC정상들은 94년 유럽통화(EMI)창설,97년 또는
99년까지 유럽중앙은행(ECB)설립과 단일통화채택이라는 유럽통합일정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경제사정이 극도로 악화되고 회원국간의 협조체제가
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통합작업이 예정대로 추진되리라고 믿기는
어렵다.

독일이 최근 독자적으로 미국과 통신시장개방을 확인하면서 EC공동의
대미제재조치에 동참을 거부한 것이나 영국이 유럽환율체계(ERM)에서
탈퇴,침체에서 허덕이고 있는 다른 회원국들과는 달리 유일하게 빠른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등이 EC의 단결력과 통합전망을 어둡게
하고있다.

더욱이 유럽통합의 불투명한 전망은 유럽경제 자체에 대한 신뢰감을
떨어뜨려 회복력에 타격을 줄것으로 우려된다.

<이 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