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유럽공동체)는 16일 룩셈부르크에서 개최된 통신장관회담에서
HD(고화질)TV개발계획안에 극적으로 타결,유럽형 HDTV개발에 한줄기 희망을
갖게했다.

이날 합의된 내용은 HDTV용 방송프로그램제작자에 94년부터 4년간
2억2천8백만ECU(2억7천4백만달러)를 지원하는것이 골자로 돼있다.

또한 EC집행위원회가 EC HDTV의 표준규격으로 당초 확정했던
아날로그방식인 D2-MAC방식의 의무화를 폐지하고 화면크기 16대9비율인
와이드스크린개발및 생산에 주력키로한 내용을 담고있다.

지난달 10일 브뤼셀회담에 이어 한달여만에 긴급소집된 이번
통신장관회담의 특징은 지금까지 유럽형HDTV 개발계획에 가장 강력하게
반발해온 영국이 태도를 바꿨다는 점이다.

영국은 지난달 브뤼셀회담에서 의장국인 덴마크가 제안한 수정안에 대해
12개회원국중 유일하게 반대,유럽형HDTV개발을 무산시켰었다.

덴마크는 <>아날로그방식인 D2-MAC방식포기 <>독자적인 HDTV개발에 앞서
HDTV에 사용되는 와이드스크린개발 <>HDTV개발기금을 기존의
6억2천2백만달러에서 3억5천만달러로 축소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이에대해 영국은 "수정안이 영국의 주장을 많이 반영했으나
자금지원규모가 너무많고 HDTV개발목표가 영국과는 너무 차이가 있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영국은 유럽형 HDTV 개발계획이 시작된 85년이후 줄곧 HDTV용
방송프로그램제작자에 대한 지원규모를 삭감할것을 요구해왔다.

이는 유럽내 프랑스 네덜란드등에 비해 전자산업및 방송관련산업이 열악한
영국으로서는 지원규모가 많아지면 자국의 부담액만 커질뿐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판단때문이었다.

따라서 EC는 이번 룩셈부르크회담에서 영국의 요구를 대폭 수용,당초
10억달러(85년기준)였던 지원규모를 2억7천만달러로 크게 줄였다.

영국으로서도 자신들의 입장을 굽힐수밖에 없게된것은 EC공동개발안에
계속 반대할 경우 세계HDTV 개발경쟁에서 EC가 뒤처져 책임을 피할수없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있는것으로 보인다.

지난80년대말까지도 HDTV개발경쟁에서 EC는 미.일과 3파전을 벌여왔으나
최근들어 경쟁대열에서 낙오된 상태이다.

일본은 이미 아날로그방식이지만 HDTV의 시험방송에 들어간 상태이며
미국은 기술적으로 가장 앞선 디지털방식을 개발,경쟁에서 앞서기
시작했다.

더욱이 미국은 지난달말 HDTV미표준안 선정을 앞두고 경쟁을 벌여온 3개
컨소시엄이 제휴,공동개발에 나섬으로써 전망을 더욱 밝게하고 있다.

이같은 세계적인 흐름을 고려할때 EC가 더이상 HDTV개발계획을 둘러싸고
내부분란을 겪을수는 없다는 판단이 EC HDTV개발계획의 극적인 타결을
가능케 한것으로 보여진다.

마틴 방게만 EC통신담당집행위원은 회담이 끝난뒤 "이번 회담은 정치적인
타결"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의 타결로 유럽형 HDTV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낙관하기는 이르다.

룩셈부르크회담에서 합의된 것은 HDTV에 사용되는 와이드스크린개발과
방송제작업자에 대한 지원일뿐 HDTV개발방식을 디지털방식으로 할것인가에
대한 합의는 없었기때문이다. 기존의 아날로그방식을 포기하고
디지털방식을 새로 채택할경우 개발비용과 경비가 엄청나게 소요돼
개발방식의 확정에는 또한차례의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이미 유럽전자업계를 주도하는 프랑스 톰슨과 네덜란드 필립스는
미HDTV단일규격에 참가하겠다고 밝혀 유럽형 HDTV 개발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할것 같다.

<최인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