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중순 한국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은 냉전체제몰락후 처음 열리는
양국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양국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하나의 전환점이
될것으로 보인다.

양국관계가 이제까지 안보중심의 군사동맹관계였던데 비해 앞으로는
경제중심의 동반자관계로 재정립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이는
클린턴정권 출범이후 강조되고 있는 미일관계의 재정립과도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 대해서도 선진국수준의 시장개방을 요구하는등
시장개방압력은 강도를 더해갈 것으로 예상되며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이같은 양국관계의 재정립을 선언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의 이같은 입장은 현재 워싱턴에서 열리고있는 한미재계회의에
초청연사로 나온 로렌스 서머스미재무차관과 스페로국무차관의 입을 통해
그대로 한국측에 전달되고 있다.

미재무부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까지 만들어 돌린 서머스차관의 14일
오찬연설은 한국을 더이상 개도국으로 보지않고 선진국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국에 대한 요구사항을 주문하고 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시종일관 강한 톤으로 한국의 금융시장개방을 강조,오찬분위기를
한때 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우선 그는 미국이 수출행동주의(Export Activism)를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하고있다. 그는 수출이 국내경기를 활성화시키고 생활수준을
향상시킨다는 점은 한국이 더 잘 알고있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수출행동주의란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가 외국의 시장개방에 적극
나서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는 또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역할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쌀시장개방등에 있어 한국이 협력해야 한다고 은근히 압력을 가하고
있다.

양국통상관계의 가장 핵심사항으로는 한국의 금융시장개방을 꼽고 있다.
미국의 산업중 가장 경쟁력있는 산업이 금융산업이라고 지적하면서 한국과
같은 성장잠재력이 큰 시장에 대한 완전한 시장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6개항의 금융시장개방이 신경제 5개년계획에 포함돼야 한다고 다소
내정간섭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은 것이라든가,미금융기관의 시장접근을
허용하지 않으면 한국을 MFN(최혜국)대우에서 제외,한국금융기관의
미국진출에 제한을 가할 것이라는등 과거 어느때 보다도 강한 어조로
한국의 금융시장개방을 강조했다.

이날 저녁만찬에서 있은 스페로국무차관의 초청연설에서도 이같은 점은
그대로 강조됐다.

그녀는 한미관계가 완전한 동반자(Full Partnership)관계로 재정립돼야
한다고 말하면서 이제까지의 안보관계처럼 경제관계도 협력이 잘
이루어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녀의 이같은 발언은 다분히 우회적인
표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제관계에 있어 앞으로 미국이 개방한 만큼
한국도 시장을 개방해야한다는 말이다.

그녀는 특히 한국이 필요로 하는 첨단기술을 이전받으려면 외국의
직접투자에 의존할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이를위해 <>지적소유권을
선진국수준으로 강화할 것 <>투자제한규정을 철폐할 것 <>금융코스트비용을
낮출 것 <>시험 표준을 국제수준으로 할것등 4가지 요건이 갖춰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이같은 요건이 한국의 신경제 5개년계획에 반영될는지
주시하겠다고 밝혀 신경제 5개년계획에 포함되는 금융시장개방및
투자장벽제거에 미국의 관심이 쏠리고 있음을 나타냈다.

그녀 역시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과 APEC(아.태경제협력기구)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미국을 중심으로한 세계경제성장및 지역경제성장에
한국이 미국에 협력해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녀는 또 주한미군문제와 관련,한국이 주둔을 원하고 그비용을
부담할때에 주한미군은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비용부담문제가
양국안보관계에 중요한 변수가 될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두명의 경제관련차관발언은 한국에 대한 미행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정상회담에서도 그대로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경제 5개년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통상관계에 있어서는 종전보다 한국에 훨씬 부담을 줄것으로
전망되고있다.

<워싱턴=최완수특파원>